◎경영난 심화로 감량전략 몸부림/106년 전통 「카탈로그」지 폐간47만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백화점업계의 공룡,시어스 로벅이 전세계 대기업에 몰아닥치고 있는 기업도산과 극심한 경영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다.
시어스 로벅은 26일 확장일변도의 경영전략을 바꿔 미 전역에 걸쳐있는 자영 점포중 1백33개를 폐쇄하고 1만6천명의 정사원과 3만4천명의 비정규 사원 등 5만여명을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시어스 로벅은 25일 그동안 기업의 소매판매 전략에 핵심을 이루어온 시어스 카탈로그 책자를 93년 봄호를 끝으로 발행을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시어스 로벅은 이 책자를 바탕으로 한 우편 주문판매를 전통적인 판매전략으로 고수해왔다.
아더 아티네즈 시어스 머천 다이저그룹 회장은 이날 시어스 카탈로그의 폐간결정에 대해 『이번 결정을 내리는데 많은 고민을 했다. 이 책자는 우리들의 유산이자 시어스가 어떻게 출발했나를 보여주는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시어스 카탈로그는 성경과 함께 미 국민들 사이에서 가장 애독되어오던 책중 하나였다. 성경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미국민에게 정신적 안정을 제공해왔다면 시어스 카탈로그는 다변화해가는 미국사회에서 그들의 물질적 욕구를 채울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
시어스 카탈로그는 1백6년의 전통을 지닌 책자이다. 이 책자는 1886년 미네소타주 레드우드에서 시어스 로벅을 창업한 리처드 시어스에 의해 보석과 시계의 우편판매를 위해 처음으로 발행됐다. 그후 10년뒤인 1906년이 돼서야 본격적인 종합상품 안내책자로 자리를 잡았다.
시어스 카탈로그는 말채찍에서 최첨단 장비인 순항 미사일 조절장치,아이스박스에서 초대형 냉장고,벽난로에서 전자레인지,여성용 원피스에서 속옷까지 20세기의 모든 상품정보를 망라한 책자였다. 이 책자는 현대를 살아가는 미국인들에게 현대적 취향의 감각을 익힐 수 있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최첨단의 패션을 만끽할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일부 미국인들은 이 책자를 통해 글을 배우기도 했다. 한창 민감한 청소년들은 이 책자의 란제리 광고에 나오는 여자모델의 사진을 오려서 머리맡에 붙여놓고 미래의 이성상을 그리는 등 20세기를 살아가는 모든 미국인들의 가장 가까운 벗이자 지침서였다.
시어스 카탈로그의 폐간은 또한 각 소매업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2천개 점포의 폐쇄를 의미하기 때문에 1백33개의 자영점포를 폐쇄키로 한 시어스 로벅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시어스 로벅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큰 이유는 물론 경쟁력의 약화에 있다. 시어스 로벅도 IBM이나 보잉,제너럴 모터스 등 덩치 큰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쟁사회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신세대의 바람을 타고 등장한 대형 할인체인점과 특화된 품목만을 다루는 전문점들의 공세에 몰려 인원감축과 점포폐쇄 등 후퇴의 길을 택한 것이다.
시어스 로벅의 연간수입은 33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시어스 카탈로그 판매방식은 교통의 발달과 통신혁명 등 문명의 발달로 적자원인의 핵심으로 부각되기 시작하였으며 결국에는 폐간에 직면하고 만 것이다.
78년 기업회장에 취임한 에드워드 텔링은 소매업의 다변화를 시도했다. 81년 시어스는 단 1주만에 부동산 중개기업인 콜드 웰 벵커사와 딘 위터 레널즈사를 동시에 합병했다. 또한 86년에는 「디스버거카드」를 발족시켜 금융업계에도 뛰어드는 등 기업확장에만 전력했다.
시어스 로벅은 80년대 후반까지도 미 소매업계에서 우위를 다지며 기업확장에 전력해왔다. 그러나 위기의 시간은 어김없이 오고 말았다. 투자가들은 시어스의 기업다변화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자매회사 매각압력이 증가하면서 시어스는 세계 최고의 빌딩인 시어스 타워 매각을 시도하기도 했다.
결국 월마트와 K마트 등 대형 할인체인점들이 세를 확장해 가면서 시어스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해 나가는 바람에 89년에는 3위로 밀려나게 됐다.
20세기 미국의 풍속도를 주도하던 시어스 카탈로그의 폐간은 시어스 로벅사만의 슬픔이 아니라 미국 소비문화의 분실이라는 측면에서 모든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박희정기자>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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