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편집국에서 독자전화가 적은 부서중의 하나가 국제부다. 국제뉴스가 물가기사처럼 실생활과 직접 연관돼있지도 않고 정치기사처럼 당장의 관심사도 아니기 때문이다. 주로 국제문제를 다루는 정부·기업관계자나 교수 또는 지적 욕구가 강한 독자들이 국제기사에 반응을 보이는 단골 독자이다.그러나 신년들어 일반 독자들의 전화가 국제부에 쇄도하는 「이변」이 생겼다. 지난 12일 시작돼 27일 끝난 「부패와의 전쟁」 시리즈 때문이었다. 이 기획시리즈는 부패지수가 낮은 외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의 부패현실을 돌아보고 진단,치유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를 위해 한국일보 특파원들은 수개월동안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싱가포르 홍콩 등 현지에서 교민,현지관리,학자들을 만나 「발로 쓴」 생생한 기사를 송고해왔다.
준비가 충실했기에 당연히 반응도 좋았다. 『재미있고 좋은 기사』라는 격려전화에서부터 『우리 문제도 다루라』는 주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견해가 전해졌다. 또 『토론을 해보자』는 교수나 박사학위 논문 준비생도 있었고 『도움이 될말한 자료를 주겠다』는 전직 고위사정관계자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사정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나 여당의 관련연구팀에서는 시리즈기획팀에 조언과 자료를 부탁하기도 했다.
뜻밖의 큰 반향은 일단 시리즈기획팀의 의욕을 북돋아주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함도 안겨주었다. 이번 시리즈에 쏠린 많은 관심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부패지수가 높다는 방증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이나 장사를 하는 시민들이 자신의 경험담이라며 『돈없이 되는 일이 거의 없다』고 증언할 때는 막막함마저 느껴야 했다.
그러나 시리즈팀이 내린 결론은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국민의 반부패정서가 정점에 올라있어 누군가 심지어 불을 붙이면 반부패운동은 요원의 불길처럼 타오르리라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부패척결」이니 「깨끗한 사회창조」 등의 선언이 아니고 「심지에 불을 붙이는」 결단이라는 것이 독자와 시리즈팀의 공감이자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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