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때 자녀들을 애타게 기다리던 할아버지가 오지않는 자식들을 원망하며 전재산을 양로원에 기탁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전셋집에 살면서 분식점을 세내 운영해온 이상기씨(67·대구 수성구 만촌1동 1329의 56)는 지난 26일 하오 2시께 집근처인 통일전시관 신축공사장에서 음독자살한 시체로 발견됐다.
서울에서 소식을 듣고 27일 자정께 아버지의 빈소가 차려진 경북대병원 영안실에 달려온 큰아들(42)은 내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외롭다는 푸념은 자주 듣기는 했지만…』
영정도 없이 「이요셉」이라는 이름자만 적힌 빈소에선 이씨가 다녔던 계산성당의 나이든 남자 교우 3명이 자식들보다 먼저 친구의 죽음을 슬퍼했다.
부인(66)마저 지난해 12월 집을 나가버린 설날 이씨는 하루종일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
3남2녀나 되는 자식들에 대한 배신감이 한이 된 이씨는 「시신을 절대로 자식들에게 맡기지 말고 화장해 달라」는 내용의 유서와 함께 현금 50만원을 남겼다. 또 유서 끝부분에 자신처럼 외롭고 쓸쓸한 양로원 노인들을 위해 전재산 5천4백만원을 기탁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어렵사리 5명을 대학에 보내 자식 5명을 모두 분가시켰지만 품밖의 자식들은 냉정한 남이 돼버렸다. 큰 아들과 두딸은 서울에,나머지 두아들은 같은 대구에 살았으나 사업 등의 명목으로 아버지의 도움을 요구,자주 말다툼하다 설에도 찾아보지 않을 만큼 사이가 벌어졌다. 이씨는 3년전에도 자살을 기도했다가 겨우 목숨을 건졌었다.
『아버지가 화장을 원했지만 어찌 그렇게 할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제일 먼저 빈소로 달려온 큰 아들은 『아버지가 홧김에 화장해 달라고 했을 것』이라며 선산으로 모시겠다며 후회했다.<대구=전준호기자>대구=전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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