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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야당 “군주제 개혁” 공개제기(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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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야당 “군주제 개혁” 공개제기(세계의 창)

입력
1993.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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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왕실스캔들로 비판여론 높자/보수당 일각서도 “지지”영국 군주제의 폐지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공개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군주제에 대한 반대의견이나 공화제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소수에 머물러 큰 호응을 얻지 못했으나 지난해의 잇단 왕실가족의 이혼 별거,대중언론을 통해 드러난 스캔들 등으로 군주제에 대한 비판론이 높아지자 정치인들도 이를 대변,공공연히 군주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선데이 텔레그래프지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제1야당인 노동당 의원들의 상당수가 현재의 군주제를 폐지하고 공화제를 채택하거나 최소한 네덜란드나 북유럽식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신문은 노동당의원 1백명을 대상으로 군주제에 대한 견해를 물었는데 응답자중 24%는 군주제를 완전히 폐지하고 국가수반을 선출하는 공화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32%는 군주제는 유지하더라도 군주가 평민처럼 소박하게 생활하고 왕실가족에 대한 특권이 제한되는 네덜란드나 북유럽식으로 개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현재 상태대로 군주제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의원은 14%에 불과했다. 이에 앞서 노동당 예비내각 소속 두 의원은 지난주 군주제의 개혁을 주장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노동당내 일부 좌파의원들은 군주제 폐지를 요구하는 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기도 했으나 당내에서조차 큰 호응을 얻지 못했었다. 노동당 지도부 또한 군주제의 존속을 공식 당론으로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당내 의견이 국민여론을 반영,반군주제쪽으로 기울자 지도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도부는 특히 노동당이 공화제를 주장하는 정당으로 비춰질 경우 표를 잃을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노동당은 현재 영국의 헌정개혁을 위한 연구작업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군주제에 관한 입장도 포함되게 된다. 연구결과가 나오면 군주제에 대한 노동당의 당론이 다시 정리되겠지만 최근의 노동당의 분위기는 군주제에 대한 논의가 금기시되어왔던 과거의 예에 비추어 커다란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한편 자유민주당의 패디 애쉬다운 당수도 군주제의 개혁을 요구하는 견해에 동조를 표시했다. 그는 또 국왕이 성공회의 수장을 맡도록 한 현재의 규정도 수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쉬다운의 발언은 주요 정당의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군주제의 변화에 관해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성공회의 2인자격인 요크 대주교도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왕실가족들의 행태를 비판하고 국가와 성공회의 관계재정립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치인들은 군주제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자제해왔다. 영국 국민들의 정서에 비추어 이러한 발언은 광범위한 지지를 얻기 힘들고 소속 정당에 감표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노동당은 물론 보수당내에서도 군주제의 폐지나 개혁을 요구하는 의견이 많아지고 공개적인 발언에 나서는 것은 국민여론이 군주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돌아서고 있음을 반영한다. 이같은 여론과 정치권의 논란이 확산될 경우 군주제의 존립이나 개혁에 관한 논의가 공식적으로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런던=원인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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