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만의 관계가 지금처럼 부자연스러운 단교의 상태를 오래 지속할 수가 없다. 오랜 특별한 우방의 관계를 유지해왔던 양국에 다같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만정부는 지난해 8월 한국정부가 중국(대륙)과 국교를 맺고 이에따라 그들과 단교한데 대해 아직도 분기와 섭섭함이 풀리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사실 학계,언론계 등 한국의 여론 지도층 사이에서도 한국정부의 그러한 외교처사에 대해 상당한 이의와 불만이 제기됐었다.대만 정부의 감정에 이해는 간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는 역사가 됐다. 안타까운 것은 인위적인 단절의 상태가 계속되는 사이에 한국에서는 중국하면 대륙이나 「중화인민 공화국」으로 인식되고 대만이나 「중화민국」은 점차 망각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화교들 사이에도 지금은 굳게 대만의 편에 서 있으나 한국에서의 대만정부의 공백이 길어진다면 「중화인민공화국」으로의 전향이 나타나지 않겠는가. 대만정부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심어온 외교적인 투자로 비록 정식외교관계는 없더라도 한국과의 유대관계가 대륙중국에 뒤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중화민국」(대만) 정부는 71년 10월 유엔에서 「중화인민 공화국」에 의해 대체된 이후에도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공식국교단절의 장벽」을 훌륭히 극복해 왔다.
당시 장개석 총통은 「자경자강 처변불경」(자강을 구하여 어떠한 변화에도 놀라지 말라)이라는 처방을 내놓았다. 대만은 정치적으로 국내외의 변화에 슬기롭게 대응하면서 경제적으로는 한국보다 한발앞서 선진국진입에 도전하는 신흥공업국이 됐다. 오늘의 활력과 번영을 가져온 대만과 그 정부의 신축성과 적응력은 괄목하다.
이제는 대만정부가 한국에 대해서도 이를 발휘할때가 온것같다. 한국정부는 「비공식관계」로는 『가능한한 최고의 관계』를 맺고 싶다고 밝혀왔다. 국교단절에 대한 보상심리도 담겨져 있는 것이다. 대만정부도 한·대만의 관계를 지금처럼 방치할 수 없다는데는 같은 생각인 것 같다. 그런데 「비공식관계」 설정교섭과 관련하여 한국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하고 있다. 즉 대만 정부는 한·대만간에 상호설치될 「비공식기구」에 「중화민국」이라는 정식 국호를 사용하고 또한 중화민국 국기(청천백일기)를 게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만정부당국은 지난해 9월 김재순 전국회의장을 단장으로한 고위사절단의 대만방문시 이러한 입장을 처음으로 제시했고 지금도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대만정부는 중국과 수교한 나라와 「비공식 관계」 수립을 협상할 때마다 국호와 국기사용 문제를 제기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다만 미수교국중 중남미·아프리카의 16개소국들이 이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1개의 중국」 정책의 원칙에 따라 「중화민국」이라는 정식국호와 청천백일기의 게양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정부의 입장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하였으므로 한국이 대만의 국기 옥외게양과 국호 사용을 인정한다는 것은 한·중수교의 기본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법은 미수교국가의 국기게양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따라 화교단체에 대해 청천백일기의 옥외게양을 삼가해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대만 입법원은 우리정부가 청천백일기의 게양을 금지하는 경우 대만내에서 한국국기게양을 금지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켜 놓고 있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국대사관측의 요청도 있어 대사관과 담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한성화교학교에서의 청천백일 기옥외게양만이라도 자제해 줄 것을 강력히 종용하고 있다. 국호와 국기 문제에서 한국정부는 양보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닌것 같다. 대만정부가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했으면 한다. 서울과 대만사이에 예날 처럼 내왕이 잦아야 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