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약점불구 은행의사 반영/내달 주총 타은행에 파급 클듯/추천위 무산… 내부의견 결집기구 시급신임행장 선임을 위한 25일의 상업은행 임시주총에서 내부승진 원칙이 관철됨에 따라 이를 은행인사 자율화의 실질적인 출발점으로 볼 수 있는지의 여부에 금융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업은행의 이번 임시주총이 올해 첫번째 주총인데다 명동지점장 자살사건에 따른 「사고은행」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은행내부의 의사가 그대로 반영됨으로써 오는 2월 정기주총을 치르는 다른 은행들도 일단 『정부의 자율화의지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날 상업은행 주총에서 신임은행장에 정지태 은행장 직무대행(전무)이 그대로 승진했고 전무엔 배찬병상무,감사엔 신삼규 감사직무대행이 각각 선임됐다. 또 초임만료된 구자용상무는 연임됐고 신임이사에 이용희 종합기획부장,장광소 여신기획부장,홍성인 자금부장 등 3명이 선임됐다.
상업은행의 이번 주총인사는 골격상 상업은행측이 일단 결집된 내부의사를 정부에 전달하고 정부쪽에서 이에대해 큰 이의 없이 수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같은 인사자율화의 과실을 따내기 위한 상업은행의 노력도 돋보였다. 만약에 상업은행의 결집된 내부의사가 명확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거나 도중에 흔들렸더라면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노력이 가능했던데에는 이현기 상업은행 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장으로선 인사대상자가 아닌만큼 비교적 자유롭게,또 은행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기며 매우 열성적으로 은행의 의사를 정부에 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회장제를 갖고 있지 못한 다른 은행들의 경우 이러한 역할을 누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회장조차도 정부의 이곳저곳으로 뛰어다니자 『은행장으로 본인이 컴백하려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는데 다른 은행에서 은행장이 직접 나서기엔 본인으로서도 당혹스런 일임에 틀림없다.
상업은행 주총에선 자율인사기구로 기능할 것으로 보이던 임원추천위원회의 신설이 철회됐다. 형식이야 어떻든 은행의 내부의사를 모을 기구(혹은 사람)의 등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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