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타협의 의정상 선보이기/취임직후 새 총리 인준도 고려민자당이 25일 민주·국민 양당의 임시국회 소집요구를 전격 수용한 것은 장기간의 의정공백은 피해야 한다는 명분론을 활용해 김영삼 차기 대통령의 대의회관을 상징적으로 부각시키는 효과를 겨냥한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민자당은 이날 상오 민주·국민당이 각각 간부회의 결의를 통해 임시국회 공동소집을 결정하고 나서자 『비생산적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었다.
김용태 원내총무는 『떠날 사람들을 상대로 무슨 임시국회냐』는 반응을 보였다. 현 정부 임기가 한달밖에 남지않은 마당에 국회를 열어 보았자 아무 실익이 없다는게 민자당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김 총무가 이날 하오 3당 수석부총무 접촉에 앞서 김 차기 대통령의 특별지시를 받은뒤 상황은 급반전되었다.
김 차기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민들의 기대가 큰 마당에 과거처럼 여야가 정치공방을 벌이는 구태를 재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의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야당 요구에 신축적으로 응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기 대통령은 야당의 소집요구를 여당이 일방적으로 거부해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는 일그러진 모양새는 더이상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소집에 응하는 정면돌파를 지시한 것으로 추측된다.
김 총무는 2월 임시국회 소집에 합의한뒤 기자들과 만나 『금리인하와 중소기업 문제 등 현안들이 있는 만큼 본회의 대정부질문을 지양하는 대신 관련 상임위 활동위주로 임시국회를 운영한다면 실효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이번 국회의 한계를 분명히 설정했다.
민자당은 새 정부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해 어차피 2월말에 가서 임시국회를 소집해야 하는데 야당이 소집한 임시국회를 거부할 경우 총리임명 동의의 모양새를 세워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민자당으로서는 한계가 분명한 2월 국회를 앞당겨 열면서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분위기조성을 꾀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민자당은 민주·국민당이 요구한 1월말 국회와 당초 민자당이 새 정부 총리인준을 위해 소집을 검토했던 2월25일안의 절충선으로 2월9일의 임시국회 소집에 합의,대화와 타협의 새 국회상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야당이 요구한 임시국회 소집을 반대하면 민자당의 뜻대로 대통령취임식 직후 국회소집이 순순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어차피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3당 합의로 소집된 국회에서 새 총리 인준을 받도록 하겠다는 부차적인 측면도 고려되었다고 봐야 한다.
김 차기 대통령은 이날 김 총무를 불러 국회소집을 직접 지시했고 3당 수석부총무 접촉을 주재하고 있는 김 총무에게 거듭 전화를 걸어 이를 확인하는 등 원활한 국회운영에 각별한 관심을 표시했다.
이는 의회 민주주의 신봉자임을 자임하는 김 차기 대통령이 문민시대를 맞아 고조되고 있는 새 국회상의 요구에 적극 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나아가 김 차기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 스타일과 관련,활발한 의정활동을 위해 통치권자로서 조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중의 일단을 내비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지난 대선에서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김 차기 대통령 스스로가 여야관계에 있어 갖고 있는 자신감을 피력하는 동시에 「상시국회」의 필요성에 대한 구상도 우회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 상대인 국무총리와 장관들 거의 대부분이 교체대상이어서 대선후 첫 국회인 이번 국회가 어느정도 성과를 거둘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여기에다가 민주당은 김대중 전 대표의 정계은퇴에 이은 영국 출국으로 지도력의 공백기를 맞고 있고 3월 전당대회에 당력을 집중해야 할 처지이다.
국민당 역시 정주영대표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대여 전열을 정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리고 회기와 구체적 의사일정이 아직 확정돼있지 않아 야당 총무들이 귀국해야 2월 국회의 본격적인 윤곽이 잡힐 수 밖에 없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들이다.
결국 이번의 2월 국회는 새 정부 출범을 위해 과거의 묵은 현안을 털어버리는 통과의례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정진석기자>정진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