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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호에 「베어드」 첫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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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호에 「베어드」 첫 암초

입력
1993.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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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자 고용」 드러나 법무장관 지명 철회미국의 「빌 클린턴」호가 출범 첫날부터 「베어드」라는 암초에 걸렸다.

화려한 취임식과 함께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된 클린턴 대통령은 그 감격이 채 가시기도전에 베어드 법무장관 지명자의 지명철회 문서에 서명,의회와의 싸움으로부터 시작되는 험난한 백악관 생활의 첫장을 열어야 했다.

12년만에 민주당 시대를 연 클린턴은 사실 백악관 입성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이 지명한 행정부 각료들이 의회인준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하는 모습과 흡족해 했다. 의회의 각 상임위는 민주당이 다수의석을 점하고 있기 때문에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는 각료 지명자라 하더라도 인준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의회의 인준방망이가 잠시 멈칫하는 사이 베어드 법무장관 지명자가 청문회의 「제물」로 걸려들었다. 베어드 지명자는 당초 인준을 얻는데 별다른 하자가 없어 무난히 통과가 예상되었던 인물. 특히 첫 여성 법무장관에 지명될 때까지 젊은나이로 애트나 보험회사의 수석변호사를 맡는 등 법조계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인물이다.

그런 베어드가 장관지명에 발목을 잡힌 것은 페루에서 온 불법이민 부부를 고용한 위법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베어드는 90년 7월 페루에서 이민온 한 여성을 생후 3개월된 아들을 돌보는 가정부로 채용하고 그녀의 남편은 예일대법대 교수인 자기 남편의 운전사로 고용했었는데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 의해 폭로된 것이다.

베어드는 이 사실이 알려지자 위법사실을 정중히 사과하고 자신에게 이를 만회할 기회를 주도록 호소했다.

클린턴도 마지막 순간까지 베어드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읍소와 지지표명이 여론을 되돌리는데는 역부족이었다. 베어드의 인준문제를 담당하는 상원 법사위 소속위원 사무실에는 하루에도 수십통씩 베어드 인준거부를 촉구하는 전화가 걸려왔고 언론은 언론대로 베어드의 자진사퇴와 클린턴의 지명철회를 요구했다. 여론은 특히 법을 집행해야 할 법무장관 지명자가 사소하지만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점과 불법 취업문제를 담당하는 연방이민국(INS)이 법무장관 관할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인준불가」를 외쳐댔다.

클린턴은 결국 이같은 여론에 굴복,베어드의 지명철회 요청서한에 서명했다. 미 정계 일각에서는 클린턴이 좀더 강력하게 밀어붙였더라면 의회의 인준까지는 가능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의원들과 국민들은 부시 전 대통령이 지난 89년 반대여론을 무시하고 존 타워 전 상원의원을 무리하게 국방장관에 앉히려다 실패한 예를들어 클린턴과 베어드가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어쨌든 클린턴은 베어드 지명을 철회함으로써 자신과 새 행정부의 신뢰도에 흠집을 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클린턴이 이번 사건을 통해 여론의 중요성을 실감했다면 앞으로 실보다 득이 더 클 것이란 지적이다.<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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