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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길은 잘 뚫렸지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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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길은 잘 뚫렸지만…(사설)

입력
1993.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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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교통전쟁」으로 우려됐던 설연휴의 귀성·귀경길이 상상외로 원활한 소통을 보였다. 귀성이 시작됐던 지난 21일 밤부터 고속도로와 국도가 차량들로 뒤덮일줄 알았던 많은 시민들은 귀성길의 교통상황을 지상과 공중에서 입체적으로 보도하는 TV뉴스를 보며 예상외로 원활한 소통에 고개를 갸웃했을 것이다. 연이은 22∼24일의 귀성과 귀경길의 원활한 소통은 그래서 이변이라고까지 표현하는 모양이다. 작년 설 귀성 때만해도 서울­부산이 20시간,서울­대구가 16시간,서울­대전이 12시간씩 걸렸던 고속도로와 국도의 정체현상에 비한다면,이번 설 귀성·귀경길의 원활한 소통은 이변임이 분명하다.원인은 무엇 때문일까. 경찰과 도로공사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복합적인 요인들이 좋게 작용해서 이뤄낸 바람직스러운 결과라는 것이다.

첫째는 경부고속도로의 서울­천안,남이­청월 구간이 편도 4차선으로 임시 확장돼 25%의 교통수용 증대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조기 귀성과 지방의 부모들의 서울로 와서 명절을 쇠는 경우 등이 늘어났으며,연휴체증을 우려해 귀성인파와 귀성차량이 줄거나 크게 늘지 않았다. 셋째는 자가용과 고속버스이용 귀성인파는 줄고 열차와 항공편을 이용한 귀성이 늘었다. 넷째는 경찰과 도로공사 등의 대책과 방송매체의 정보제공이 주효해 시간대로 분산이동이 잘 이뤄졌다. 다섯째는 시민들의 교통질서의식이 향상되어 갓길 운행·끼어들기 등 무질서 행위가 줄었다는 것이다.

어찌됐건 이번 설귀성길의 원활한 소통은 우리의 교통문화를 한차원 높이는 도약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차량이 늘어나고 도로가 비좁을수록 운전자들은 질서를 지키고,교통당국은 도로의 이용을 극대화하는 세심한 교통대책을 펴면 교통체증은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교훈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귀성·귀경길이 원활했다는 밝은 소식을 들으면서도 그 빠른 소통이 교통사고를 많이 내게한 원인이 된 것이 아닌가해서 우리는 암담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설날전후 4일 연휴기간에 전국적으로 2천1백5건의 교통사고가 발생,지난해 같은기간 때보다 사고건수 자체가 늘어났다는 것은 「빠른 소통=사고 다발」이란 교통사고의 전형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많은 사고속에서도 사망자(1백14명)와 부상자(2천5백86명)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17.4%,10.4%씩 각각 줄었다는 것은 대형사고가 그만큼 적었다는 것을 의미해 불행중 다행이랄 수 있다.

교통당국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는 이번 귀성·귀경길의 원활했던 소통에 자만해서는 결코 안된다. 원활소통 만큼 교통사고도 줄였어야 했다.

1백명 이상이 죽고 2천명 이상이 부상하는 불행을 감수하면서까지 얻어진 「다소 원활한 소통」이라면 그게 무슨 참뜻이 있는지를 새겨봐야 한다.

원활한 소통도 좋지만 교통사고를 줄이는 일이 더욱 중대한 일임을 잊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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