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통합·독 통일 집중연구/특강요청 사양… 집필 준비○…김대중 전 민주당 대표가 26일 영국으로 떠난다. 김 전 대표의 영국행은 케임브리지대에서의 연구활동을 위한 것으로 정계은퇴후 그가 모색해온 새로운 삶의 첫걸음인 셈이다.
김 전 대표는 케임브리지대 성존스칼리지 국제학연구소 객원연구원 자격으로 일단 6개월간 연구에 몰두할 계획이다.
김 전 대표는 이 기간에 유럽공동체(EC)를 통한 유럽통합과 독일 통일을 집중 연구,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한 지적 지평을 넓히는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김 전 대표는 런던에 주로 머물면서 베를린과 브뤼셀,스트라스부르 등 「현장」을 수시로 방문한다는 일정도 세우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충실한 연구생활을 위해 이미 캠퍼스에서 걸어서 10분거리에 방 3칸,30평 규모의 아파트를 마련해 놓았다.
김 전 대표는 이곳에서 부인 이희호여사와 박금옥 비서실차장,가정부 1명과 함께 지낼 예정인데 이 여사와 박 차장은 지난 19일 김옥두의원과 함께 먼저 출국해 입주준비를 끝냈다.
또 김 전 대표는 연구활동 도중 이번 영국행을 주선한 김상우박사(전 후보특보)와 장재식 정책위 의장의 아들 장하준박사(케임브리지대 연구교수)의 도움을 받을 예정이다.
○…김 전 대표가 부여받은 객원연구원 자격은 매우 까다롭게 선정되는 것으로서 케임브리지대가 김 전 대표를 높이 평가한 결과라고 김 박사는 설명하고 있다.
김 전 대표의 방문을 앞두고 벌써부터 케임브리지대 각 대학원과 연구소 등에서 특별강의 요청이 계속되고 있으나 김 전 대표는 김 박사에게 되도록 강연보다도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계획을 잡을 것을 지시했다는 후문.
김 전 대표는 영국 체류기간에 유럽통합·독일 통일외에 줄곧 의욕을 보였던 한국 현대정치사 집필을 위한 기초연구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동교동 자택에 소장된 관련서적 3백여권을 골라 포장했다.
또한 시대조류를 감안,컴퓨터 학습에도 만전을 기할 에정인데 PC 한대와 레이저프린터 등을 챙겨간다.
미국이나 일본 등을 놔두고 영국행을 택한 것 자체가 국내 정치와 관련된 인사들과의 접촉을 피하는게 우선 이유가 됐듯 김 전 대표는 영국 체류기간에 일체의 정치적 언동을 삼갈 생각이다. 3월 전당대회 때에도 일시 귀국을 검토했으나 그대로 영국에 있기로 했다.
○…김 전 대표의 장기 해외체류는 이번 영국행이 세번째다. 72년 유신직전 출국했다가 73년 8월 동경 납치사건으로 귀국하기까지의 10개월,82년 12월 내람음모죄로 구속중 형집행 정지로 풀려난 직후 이뤄진 2년2개월간의 미 망명생활 등이 영국행에 앞선 장기 해외체류이다.
김 전 대표는 영국행을 앞두고 출국인사를 겸해 그동안 자신과 인연을 맺었던 학계·언론계·문화계·정계 등 2천여명의 인사들과 접촉,주변정리를 매듭지은 상태.
일련의 출국인사 모임에서 김 전 대표는 대선패배에 언급,지역감정과 용공음해 등의 특수요인을 거론하며 아쉬움을 표현하는 등 아직 감정의 응어리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영국행은 무엇보다도 정계은퇴의 현실에 대한 분명한 자기 인식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출국 당일 김영삼 차기 대통령과의 출국인사 형식의 회동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아직 분명한 합의가 없어 불발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황영식기자>황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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