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안 타결 앞둔 “입지 확대책”/연방군 개입태세… 전면전 우려크로아티아 정부군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세르비아계 분리주의자들과의 크로아티아 영내 유혈충돌이 연 3일째 격화되면서 구 유고는 새로운 내전의 위기에 빠지고 있다.
세르비아는 이번 사태에 대해 개입가능성을 강력히 경고함으로써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이어 유고 내전이 발칸반도 전역에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크로아티아 정부군은 2만여명의 병력과 전투기,탱크 및 야포 등을 동원,유엔이 설정한 휴전선을 넘어 세르비아계 거점인 자다르항 등을 공격했다. 이에 맞서 세르비아 민병대도 현지 유엔 무기고에 보관중이던 탱크와 박격포 등 중무기를 탈취해 응전하는 와중에서 세르비아계에서만 민간인 6백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전해졌다.
크로아티아 공화국내 세르비아계인 크라이나자치공 지도자 고란 하지치는 이 지역에 즉각 전쟁상태를 선포하고 총동원령을 내렸으며 이웃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도 크로아티아 정부군이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경우 크로아티아내 세르비아 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르비아 공화국이 중심이 된 유고연방도 유엔 보호군이 크로아티아공 안의 세르비아계 주민들을 보호하지 못하면 이번 사태에 개입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나섰다.
프란요 투즈만 크로아티아 대통령은 이번 공격이 세르비아인들에 의해 폭파된 공항 및 교량확보를 위한 것이었다면서 『작전은 완료됐다』고 밝혔으나 현재로선 크로아티아사태가 단발성으로 끝날지 불투명하다. 유엔 소식통들은 크로아티아의 작전은 보도된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다며 공격이 곧 재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크로아티아 정부군이 갑작스레 공격에 나선 의도가 현재로선 명확히 드러나고 있지는 않으나 제네바 평화회담의 진전 및 크로아티아 주둔 유엔 평화유지군의 주둔시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스니아내전 당사자들은 보스니아를 10개 자치주로 분할하는 국제평화안을 놓고 회담을 진행중이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보스니아 내전은 3개 당사자간 타협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91년 6월 유고 연방으로부터 분리독립하면서 영토의 3분의 1을 세르비아계에 넘겨준 크로아티아는 보스니아 내전종식으로 이들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영원히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같은 초조감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오는 3월이면 유엔 평화유지군의 주둔 시한이 끝나 크로아티아 문제가 다시 거론될 수 밖에 없는데 이때 자신들의 입지강화를 위해 선제공격으로 영토확장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구 유고의 내전은 주로 세르비아군과 무장세력에 의한 「인종청소」와 이에대한 상대방의 보복공격이 무차별적으로 자행돼 세계 각국의 공분을 사왔다. 군사행동이라는 명목하에 아이들을 잡단살해하고 임신부를 강간하는 등 비인도적 행위가 일상화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22일 성명을 내고 즉시 크로아티아 정부군의 공격을 비난하는 한편 공격전의 위치로 철수할 것을 요구했으며 새로 출범한 빌 클린턴 미 행정부도 유고사태에 대한 군사개입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국제사회의 압력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미 관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유고사태에 깊은 관심을 표명해온 클린턴 대통령이 곧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지 부시 전 행정부는 그간 유고사태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꺼려왔다. 영국 외무부도 24일 성명을 통해 크로아티아군의 영내 세르비아계 공격을 개탄한다면서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사실 구 유고사태는 내부문제 뿐만 아니라 주변국가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어왔다. 발칸반도가 혼미를 거듭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미국·러시아 등 서방 각국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내전에 쓰여지는 무기의 주요공급원이 이들 서방국가들이란 사실이다. 독일통일,바르샤바 조약기구의 해체 등에 따라 냉전종식 후의 유럽엔 무기가 넘치고 있으며 이들 무기들의 대부분은 미국 독일 러시아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 유고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한 제네바 평화회담도 24일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크로아티아의 공격사태로 중단됨으로써 향후전망도 흐려졌다. 크로아티아군과 세르비아 무장세력간의 충돌이 발칸반도내 전면전으로 비화될지 아직 단정할 수는 없으나 구 유고의 내부모순과 외부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 발칸반도의 평화정착은 험난한 과제임을 또 한번 보여주고 있다.<조상욱기자>조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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