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를 불과 1개월 정도 남겨두고 지난 1년반동안 견지돼왔던 안정기조의 경제정책이 갑자기 성장으로 선회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러한 방향전환은 현 정부 경제팀 사이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결정된 합의의 결과라기 보다는 일부 부처의 권위주의적이거나 독선적인 독단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불안감을 준다. 그 부처는 재무부다.재무부는 빠르면 이번주에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은 재할인금리,공금리 등의 인하를 주도,경기부양론에 앞장서왔는데 지난 21일에는 재벌에 대한 여신관리 규정을 대폭 완화했다.
지금 우리나라 경기의 침체가 심각,이대로 방치해둘 수 없다는데는 국민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분기별 GNP 성장률은 1·4분기 7.4%,2·4분기 5.9%,3·4분기 3.1%,4·4분기 2.5% 내외(추정)로 급락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견지해온 안정기조 정책의 목표를 내동댕이 치고 허겁지겁 경기부양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또하나 중요한 것은 안정화정책에는 단순히 거품경제의 거품을 제거한다는 것외에 경제체제와 제도의 개선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효율을 높이자는 개혁적 의도도 담겨져 있다. 「5·8 부동산 규제」와 재벌기업에 대한 여신관리 규제의 강화가 그런 조처의 일환이다.
금리인하와 여신관리 규정의 완화는 지금까지 써온 구태의연한 경기부양 방법이다. 지금 경기부양을 옛날과 똑같이 돈줄이나 풀고 재벌에 대한 고삐를 놓아주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체제나 제도개혁 등의 체질개선 측면이 전혀 외면되고 있는 것이다.
금리만해도 금리자유화를 병행하지 않고 시차를 두어 금리를 낮추겠다고만 하는데 「꺾기」 관행이 재무부의 엄포만으로 과연 없어질 것인가. 실세금리와 공금리의 차이가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보면 「꺾기」는 지속될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또한 담보융자의 현 금융관행 아래에서는 중소기업의 자금난과 자금부담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은행돈을 독과점하고 있는 재벌기업 등 대기업들이 역시 혜택을 독점하게 된다. 자금부담의 완화가 얼마나 투자촉진 역할을 할지 지켜볼 문제다. 대기업들의 투자촉진제로는 아마 여신규제의 대폭 완화가 보다 효과적일지 모른다.
자기자본 지도비율 산정에서부터 비업무용 부동산 관리에까지 모든 규정을 크게 완화한 이번 조처는 사실상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을 다시 조장하는 것이다.
국민경제의 능률을 위해 재벌 경쟁력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여지없이 버려진 것이다. 이번의 금리인하와 여신규제 완화는 경기부양의 이름아래 이루어진 재벌(대기업)만을 위한 정책이다.
이번 조처를 반국민 경제적,반경제 정의적,반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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