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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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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은 방학기간에 뜻있는 행사를 하나 벌였다. 겨울방학중 박물관 교실이다. 박물관 교실이 처음 열린 것은 1984년부터로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삼았다. 그후 87년에 어린이교실이 새로 생긴 것이다. 처음부터 고교생들의 반응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국민학교 상급반을 상대한 어린이교실이 관심도 높고 왕성하다. ◆이번 방학중에도 두차례 열렸지만 지망자가 너무 많아 예정보다 60여명을 더 받아들였다. 박물관은 단순한 과거사의 전시장이 아니다. 이러한 교육행사를 통해 살아있는 박물관을 배우게 된다. 학습프로그램이 다채롭다. 하루 3시간씩 닷새동안 전시실 설명회,탐구문제 풀이,도자기 실습,전통 민속놀이를 배우고 유적도 답사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어린이들은 실물속에서 실물을 직접 보고 오늘에 살아있는 역사를 체험으로 읽는다. 서양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엔 학생 관람객이 많다. 이들은 전시된 유물과 작품을 그냥 눈으로만 보는게 아니다. 스케치북을 갖고 가 열심히 자기 그림으로 옮겨본다. 관람과 교육의 2중적인 기능이 생생하게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장교육이자 창조적인 학습이라 할 수 있다. 빛나는 역사를 입으로만 떠들어선 깨닫는 바가 적다. ◆박물관 교실은 이런 뜻에서 적극 권장할만 하다. 그런데 어찌된 탓인지 어린이들의 열기가 대단한데 비해 중학생이 대상인 청소년 교실은 호응도가 매우 낮다고 한다. 오늘(25일)부터 문을 여는데 지원자는 절반에 미달이다. 고등학생은 아예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니 딱할 따름이다. 이것도 원인을 따지자면 입시교육 때문이라고 꼬집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른들은 과세를 한달에 두번씩 하다보니 세월이 더 빨리 흐른다. 학생들의 방학도 열흘쯤 밖에 안남았다. 스키장도 다녀오고 여행을 즐긴 학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집에 갇혀 과외와 부모의 공부 독촉에 시달렸을 것으로 생각된다. 공부도 공부 나름이다. 산교육은 외면하고 시험공부에만 열중해서야 어떻게 교육다운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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