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놀림받고 강건너다 얼음속으로『서호아파트 아이들이 놀리지만 않았어도 석규와 병균이는 죽지 않았을 텐데…』
설날 연휴 마지막날인 24일 하오 3시10분께. 전주시 팔복동 사회복지법인 호성보육원(원장 나택균·62) 앞 전주천 둑방에서는 남녀원생 20여명이 얼음속으로 사라져간 다정한 동무 2명의 이름을 목메 부르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숨진 사람은 꽃다운 16살 나이의 최석규군(전주 우석중2 중퇴)과 이병균군(전주서중3).
또래 아이들이 가족들과 설날 명절을 오붓하게 지낼때 두 사람은 대부분 부모 이혼 등 결손 가정의 자녀들인 원생들과 함께 얼음 지치기를 하며 놀고있었다.
「가위 바위 보」를 하며 서로 밀어주기도 했다. 조약돌을 빙판위로 멀리 날려보내 보기도 했다.
쓸쓸함을 그런대로 잊을 즈음,하찮은 일이 운명의 여신이 되어 손짓했다.
『아빠 엄마 없는 고아새끼들아』
맞은편 서호아파트의 아이들이 놀려댔다.
화가 나 씩씩대던 석규군이 이태호군(16·전주중3)과 함께 얼음을 가로질러 달렸다.
그러나 폭 50m의 전주천의 강심께도 채 못미처 얼음이 그만 풍덩 깨졌다.
두 사람은 얼음물속에서 허우적거렸다.
이를 본 병균군이 『사람 살려』를 외치며 둑앞 상점에서 5m길이의 로프를 들고 뛰어갔으나 자신도 함께 빠져들 뿐이었다.
태호군만이 가까스로 얼음속에서 헤쳐나왔다.
『병균이는 성격도 명랑하고 사교성도 좋아 늘 주위에서 인기가 높았는데…』
태호군은 그러잖아도 사회의 무관심속에 날로 썰렁해지는 그들의 보금자리 보육원으로 돌아오며 내리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전주=김혁기자>전주=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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