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3최고위원12명 출사표/선출순서등 활전속 불꽃 득표전/「김심」 최대변수… 뜻밖 결과 나올수도민주당 전당대회 열기가 대회일이 50여일 가까이 남아있는데도 갈수록 뜨거워져 가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대선패배와 김대중 전 대표의 정계은퇴 충격을 딛고 새 가능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권을 잡아 제1야당의 조타수가 되겠다는 최고위원이나 집단지도체제 아래서 자신의 목소리를 싣기 위해 최고위원 입성을 노리는 당내 중진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져가고만 있는 양상이다.
▷대회 성격◁
민주당 전당대회는 우선 민주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재기할 수 있느냐 하는 시험대가 된다.
전통 야당의 맥을 이은 민주당이 변화한 정치상황에 맞춰 스스로를 재정비하는 계기라는 점이 어느 때보다도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전당대회의 성격은 우선 김 전 대표의 강력한 지도력에 매달려온 민주당이 그의 정계은퇴로 빚어진 힘의 공백을 메워야만 하는 내적요구에 의해 부여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대 반민주의 해묵은 정치구도가 와해되고 국민들의 정치이해가 한층 복잡다기해진 외적상황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같은 내외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새로운 당의 구심점을 만들어내야 하고 전당대회를 통해 당내 민주주의의 보다 발전된 모습과 다양성속의 단결된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어야만 한다.
당지도력 확보문제와 관련,누가 당권을 잡든 과거 「DJ시절」과 같은 강력한 구심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미 이기택대표를 비롯한 당지도부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에 합의한 상태이다. 순수 집단지도체제에 가까운 이같은 지도체제는 전당대회 이후에도 한동안 과도기적 상황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전당대회는 민주당이 단일 중심구도로부터 다중심구도의 계보정치로 접어드는 전환점이기도 하다. 이는 김영삼 차기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강여」의 모습에 비해 불안정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무미건조하고 획일적인 정치문화에 식상한 국민들의 눈에 오히려 신선한 것일 수도 있다.
▷대표 3파전◁
민주당 전당대회의 최대 관심사항은 역시 당권의 향배다. 1인 대표의 권한이 역대 야당의 총재에 비해 크게 축소되고 이번에는 당권을 잡아보았자 공천권 등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기회가 없다고는 하나 세력재편의 기선을 잡기위한 당권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대표경선은 이기택대표와 김상현 정대철 최고위원 등의 3파전 양상으로 굳어져 있다. 그러나 논란이 계속중인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방식이 「선 최고위원 선출,후 대표선출」 방식으로 결정될 경우 조세형 김영배 김원기 최고위원의 도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현재의 3파전 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것은 이기택대표라 할 수 있다.
이 대표측은 대의원의 40%를 점하고 있는 민주계의 단일후보인데다 수차례에 걸쳐 김 전 대표의 「후계약속」을 공개적으로 받아논 상태여서 무난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구 민주당 당사인 여의도 충무빌딩을 본부로,직계인 손태인위원장(부산 남을)을 선거본부장으로 해 이미 본격적인 득표전에 들어가 있다.
이 대표측은 특히 「김심」이 자신에게 있음을 은근히 과시하면서 범동교동계를 중심으로 신민계 대의원들에 대한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최고위원 경선에서 최다득표를 기록,정치적 저력을 과시한 김상현 최고위원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김 최고위원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바닥표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여의도 대산빌딩에 본부를 두고 민주계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바닥표 모으기 등으로 활동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당내의 지역의식을 겨냥,신민계의 새 기둥임을 내세우고 있으며 정대철 최고위원에 「후보·당권분리」를 제의하는 등 신민계 후보단일화 노력도 병행시키고 있다. 「김심」의 부담을 질 수 밖에 없으나 김 전 대표의 영국 출국으로 이 부담이 덜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지역갈등 해소 중부권 역할론과 세대교체론을 외치며 당권경쟁에 뛰어든 정 최고위원도 마포 신화빌딩의 사무실을 본부로 권역별 책임자를 파견하는 등 활발한 득표전을 펴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수도 중부권 대의원들을 우선 공략목표로 하고 있으나 이 대표와 김 최고위원 사이에서 혼란을 겪을 호남권대 의원들의 「제3의 선택」에도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다.
▷최고위원 경선◁
대표와 함께 당권을 분점하게 될 최고위원 경선은 당초 20여명에 이르렀던 자타천 후보들이 많이 정리돼 8명 선출에 1.5대 1 안팎의 경쟁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조세형 김영배 김원기 김정길 박영숙 이부영 최고위원이 재출마 의사를 공표했으며 신민계의 한광옥 권노갑 신순범 유준상 김봉호의원,민주계의 노무현 전 의원이 도전장을 낸 상태.
이철의원은 총무경선이 벌어질 경우 최고위원 보다는 선출 총무직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으며 신민계의 안동선의원은 출마의사를 밝혔으나 상공위원장직 처리문제 등으로 선뜩 경쟁대열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허경만 국회 부의장과 장기욱의원은 출마의사를 철회했다.
조세형 최고위원은 마포 거성빌딩의 「민주정책연구소」를 베이스캠프로 출중한 자질과 합리적 이미지를 무기로 본격적인 득표전에 이미 들어가 있고 김영배 최고위원은 최고득표를 목표로 마포 현대빌딩 사무실을 거점으로 지역별 바닥표 훑기에 열중이다.
김원기 최고위원은 여의도 교원 공제회관의 「한백정치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지난해 전당대회에서의 부진을 만회할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민주계의 김정길 노무현 전 의원은 여의도 사무실을 중심으로 민주계 표단속에 나섰으며 대선에서의 기여도를 부각,신민계 대의원의 지지까지를 겨냥하고 있다.
박영숙 이부영 최고위원은 개혁정치모임의 리더로서 56개 자파 지구당에 대한 단속에 주력하는 한편 선거공영제의 철저한 시행이 가져올 반사이익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범동교동계인 한광옥 권노갑의원은 김 전 대표의 측근으로 쌓은 당내 영향력과 이 대표측의 지원을 겨냥하고 있다.
신민계의 새 주자인 신순범 유준상 김봉호의원은 외유까지 불참하면서 후발주자로서의 불리를 만회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대의원◁
유권자인 대의원수는 현재 5천9백2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이 연기명으로 최고위원을 뽑고 대표를 선출할 경우 사실상 3만여표의 투표효과라는 우리 정치사상 최대의 대의원 선거집단이 된다.
현재 신민·민주계는 야권통합이후 우여곡절끝에 그 지분을 6대 4로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지구당 위원장의 분포이고 실제 유권자인 대의원에 이르면 불확실성이 가중된다.
김 전 대표가 은퇴해 당에 권위의 공백이 생긴데다 원래 야당 대의원들은 체계적인 장악이 어렵다. 우선 1천여명에 달하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부동층으로 분류되고 있고 지구당 케이스의 상당수 대의원들도 의원이나 지구당 위원장의 영향력 아래 있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대의원을 케이스별로 보면 ▲2백28개 지구당(현재 9곳은 위원장 부재)에서 20명씩 4천5백60명 ▲대표최고위원과 지구당 위원장이 아닌 최고위원(박영숙)과 전당대회 의장(김말룡) 각 1명 ▲당무위원(60명)중 지구당이 없는 13명 ▲지구당이 없는 국회의원(전국구) 9명 ▲시도의원 1백86명 ▲기초의회 의장단 81명 ▲중앙당 21개 위원회 부위원장 46명,위원 3백37명(중복 대의원 자격자 제외) ▲중앙당 부국장급 이상 1백1명 ▲15개 시도지부 추천 대의원 각 6명씩 90명 ▲당무위원 선임중 중앙위 추천 1백명,당무위원 추천 3백명(60명이 5명씩) 등 4백명 ▲현 이기택대표 비서실 10명,전 김대중대표 비서실 10명과 전직 대표비서실 출신 3명 등 23명 등이다.
▷변수◁
대표 및 최고위원 경선은 분명하게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김심」의 향배 및 강도,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방식,투표방식 등에 따라 기본구도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표경선과 최고위원 경선을 묶어 상호 연대하는 다양한 합종연형이 가능한 것도 전당대회의 불투명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당지도부내의 다수설인 「선 최고위원 선출,후 대표선출」 방식이 도입될 경우 대표경선의 향방은 커다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원 모두가 출마자격을 갖든,상위 득표자 2,3명이 자격을 갖든 현재의 3파전 구도는 내용상 커다란 변질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고위원 경선에서 득표력이 검증될 것이기 때문에 신민계 내부의 후보단일화,또는 역할분담론 등이 자연스럽게 제기될 것이다.
또 이 경우에는 최고위원 선거에 이 대표와 김상현 정대철 최고위원이 뛰어들게 돼 최고위원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다.
전당대회 최대변수로 볼 수 있는 김 전 대표의 의중,즉 「김심」과 관련해서는 김 전 대표가 전당대회 참석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가 후보자간의 다양한 연대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특히 김 전 대표가 은퇴해 민주당이 신민·민주계의 기본구도에서 주류 비주류 또는 당권과 비당권파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중진들간의 이합집산은 더욱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정병진·황영식기자>정병진·황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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