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를 하루앞둔 21일 서울 종로구 운니동 삼환빌딩 3층 (주)한국씨락(사장 신선철) 사무실은 명절대목 분위기에 들뜬 여느 회사와 달리 냉기에 휩싸였다.하루전인 20일 이 회사의 1백% 투자자인 미국의 다국적기업 존슨 앤 존슨사가 경영적자를 이유로 회사폐업을 일방적으로 통고해 왔기 때문이다.
임직원 1백40명 가운데 설을 맞아 귀향한 사원을 제외한 40여명은 장래를 걱정하며 본사측의 기습적인 조치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라크공습때도 사전통보 했는데 이럴 수 있느냐』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폐업하는 경우가 있는가. 이건 민족자존심에 관한 문제다』 『명절날 가족들에게 뭐라고 해야하나』 본사측은 팩스통지문에서 『90년 한국씨락의 지분을 전액 인수한후 누적적자가 80억원에 이르고 은행빚도 44억원이나 돼 부득이 폐업할 수밖에 없다』며 『원자재값과 임금인상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가격이 동결돼 영업목적을 달성치 못했다』고 알려왔다.
그러나 사원들은 적반하장이라고 반발한다. 국내시장에 신제품으로 내놓은 소염진통제 조맥스가 히트할 즈음 부작용 우려를 이유로 미국 FDA가 회수조치한 이후 사세가 기울었으므로 본사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사원들의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도 자제했다고 설명했다. 『존슨 앤 존슨의 한국계 자회사중 우리회사만 적자를 낸 것은 사실이나 전격적 폐업조치뒤에는 다국적 기업의 감탄고토식 경영관이 숨어있다』고 목청을 돋우는 노조원들의 뒤에는 「전사원은 안심하고 일할 수 있어야 하며 회사는 불황에 대비하고 실패할 경우 극복할 책임이 있다」는 존슨 앤 존슨사의 사훈이 걸려 있었다.<황상진기자>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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