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입시제도 시행에 따라 대학별 본고사 출제에 대비하는 서울대의 방침을 보면서 상반되는 느낌을 갖게 됐다.첫째 느낌은 서울대가 본고사 과목을 선정할 때 범했던 독선과 오만스럽기까지 했던 자세가 좋은 쪽으로 변화하고 있구나 하는 것이다. 두번째 느낌은 서울대가 「입시일자 선정」에 너무 성급해 또 실수를 하는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서울대가 13년만에 부활되는 본고사 문제의 출제유형을 주관식의 완전 논술형만을 고집하지 않고 단답형도 함께 출제,절충형의 출제방향을 택하기로 했다는 것은 고교교육 현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랄만하다. 객관식 사지택일형의 학력고사에만 길들여진 고교교육을 준비기간없이 완전 논술형으로 바꿔 교육시켜 내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서울대가 그러한 고교교육 현실을 이해하고 절충형 출제로 고교교육과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최소화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그래서 돋보인다. 서울대의 이러한 출제방향 제시는 본고사를 치는 40여개 대학들에 틀림없이 영향을 줄 것이니 더욱 그렇다.
그러나 반면에 서울대가 시험날짜를 「1월10일 전후」로 정한 것처럼 보도된 것을 보고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왜 저런 실수를 또 하는가 하는 실망까지 했다. 조간신문에 이어 석간신문에도 서울대의 「시험날 택일」 기사는 변함없이 활자화돼 있었다.
교육부 당국자에게 물어보니 서울대에서는 「시험날짜 선정」에 대해 밝힌바가 없다는 대답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보도가 나갈 수 있으며,사실이 아니라면 어째서 그대로 있는가. 서울대 당국자와 교육부 당국자간에서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양해하면 되는 문제인가.
서울대의 본고사 날짜가 언제로 잡혔느냐는 것은 수십만 수험생,일선고교,학부모 그리고 본고사를 치는 대학들의 지대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사실이 아니라면 적지않은 혼란의 요인이 될게 분명하다.
서울대는 20일 하오 5시30분이 넘어서 「본고사를 1월10일경 시행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립니다」란 알듯말듯한 해명서를 언론사에 보내왔다.
과정이야 어찌됐건 서울대의 본고사 날짜가 「1월10일 전후」로 확정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럴수도 없고 때도 아니다. 그런데 왜 이처럼 어이없는 실수가 최고 지성들이 한다는 서울대의 학사행정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잘 안된다. 서울대의 일거수일투족이 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작은 실수」랄 수도 없다.
특히 새 대학입시제도에서는 복수지원제 도입을 추진중이다. 그것이 성공하려면 대학들의 신입생 선발기간을 최소한 10일 정도로 잡아주고 이 기간안에서 대학들이 서로 다르게 시험날을 택해야 한다. 그래야만 수험생들이 2∼3회 지원할 수 있다. 또한 조건은 소위 상위권 대학이나 비슷한 대학들이 시험날짜를 달리 해줘야만 한다. 고득점자들이 시험기회를 2∼3회 갖게 되어 탈락하지 않게 된다. 재수생 누증도 그래야만 해소될 수 있다.
이런 점들로 미뤄볼 때 교육부가 오는 2월말까지 정하게 될 전·후기대학의 「선발기간안」서 서울대가 언제를 시험날로 택하느냐는 것은 바로 본고사 과목선정 때 서울대가 타대학에 미친 영향 만큼이나 절대적일 것이 분명하다. 이름께나 있는 대학들은 서울대의 입시날에 맞추려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대가 다른 대학들이 입시날을 정한후에 결정해줬으면 하는 바람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새 대학입시제도」의 성패에 서울대가 할 역할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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