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군의 현 합동군체제는 이전의 육·해·공 3군체제에 비해 지휘체계의 효율이 높아지긴했으나 군령권과 군정권이 양립된 취약점도 지니고 있다.당초 합동군제로의 이행은 군정·군령권이 한곳으로 지나치게 집중되는 것을 경계하는 이론에 따른 것이었지만 그 실상은 효율지향적인 결정이었다기 보다 이론의 숲을 헤쳐가기 위한 편의위주의 산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현 합동군체제에서 정규전·비정규전이 구분된 각개 대비태세가 작전효율을 떨어뜨리고 있는 문제와 또 작년에 한미간 합의한대로 평시작전 통제권의 94년말 이전 환수문제 등을 고려한다면,사전 정지차원에서라도 통합군제 문제는 일단 「고려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우리는 여기서 우선 두가지 문제를 짚어두고 싶다.
첫째 32년만에 순수 문민통치체제로 들어서는 시기에 군이 급격하게 구조개편을 서두르는 경우 마치 독자적 영역을 기득권처럼 미리 확보하려는 집단이기주의적 성향의 표현으로 오해받을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민·군이 별개 집단으로 분리돼 있지도 않고 또 그럴 수도 없다는 것은 군 자체도 이미 인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문민통치시대라해서 군의 위상에 어떤 변화가 있어선 안된다는 것 또한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시각이다.
새 정권의 등장을 앞두고 각 분야가 스스로의 입지를 다시한번 다져보려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하필이면 군이 이 시기에 민감하게 자기 점검을 서두르는 인상을 보일 일은 아니다. 국제적으로 화해분위기가 정착하고 있으나 한반도의 남북 대치관계의 본질엔 변화가 없는 안보환경에서,군의 결정적 기능이나 위치에는 변동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군사적으로 한반도를 현장으로 삼는 한 육군이 주도적 지위에 설 수 밖에 없지만 그동안의 각종 자원분배에 해·공군이 상대적으로 차등되어 왔다는 정서를 감안한다면 육군 주도의 구조개편이라는 인상은 자제돼야 한다.
91년초와 금년초의 걸프전에서 나타난 무기첨단화와 각국의 실리추구 등이 필연적으로 군의 전문화와 경제성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고,우리의 경우에도 해·공군의 장비 첨단화에 대해 육군측의 인식이 높아진 것은 긍정적 현상으로 평가되고 있는 형편이다.
3군의 기능과 전통을 살리면서 유기적 작전태세를 갖춘 합동군제에서 단일지휘 계선화에 주안을 둔 통합군제로 전환한다는 것은 상당한 진통을 수반하는 것이다. 여기엔 특정지휘부의 비대화라든가 3군 고유기능이나 전통의 퇴화 및 기타 군사외적 우려도 제기된다.
바로 이점은 군의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군사안목과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합참은 21세기를 지향한 군사 안보요건을 정리하여 최고 통수권자의 군편제 결정에 진정 무엇이 합당하고 유효한 건의인지를 심사숙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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