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선거관리기구의 발자취는 파란과 굴곡이 많았던 정치의 역정처럼 매우 기구하다. 최초의 선거관리기구는 미 군정 당국이 제정한 선거법에 의해 1948년 5월10일 제헌국회의원 선거를 치를 때 군정 당국이 임의로 임명한 15인 국회의원 선거위원회다. ◆그후 제헌국회 후반인 50년 4월에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대통령의 위촉으로 9인 중앙선거위가 탄생했으나 실질적 관리는 내무부가 담당했다. 하기야 중앙선거위 회의를 내무장관실서 열 정도였으니 「공정관리」는 엄두도 못냈다. ◆4·19뒤 60년 6월 개정된 헌법은 중앙선관위를 두게 했으나 실제관리는 여전히 내무부가 맡았다. 5·16 쿠데타후 군사정권은 장차 공정한 선거관리를 목표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중앙선거관리위를 헌법기관으로 격상시켰지만 직원수가 적어 선거 때면 여전히 내무부의 지원을 받아야만 했기 때문에 눈총의 대상이 됐다. ◆어제(21일)로 중앙선관위는 독립적인 헌법기관으로 출범한지 30주년을 맞았다. 정부의 강력한 임기속에 독재정권의 장식물인 통대 대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인 선거 등 엉터리 선거를 관리하고 정부와 집권당 인사가 간부직을 맡는 등 그 위상은 오랫동안 크게 훼손됐었다. 하지만 6공이후 두차례 지방의원선거를 치르고 또 32년만에 문민정부를 탄생시키는 14대 대선을 그런대로 무리없이 관리한 것 등은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중앙선관위 규모의 팽창에 비해 작년 노원을구 개표부정 및 각종 선거 때의 불법운동에 대한 소극적 자세와 눈치보기 등으로 「독립성중립성」에 대해서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계기로 지방자치시대가 만개될 경우 각종 대소 선거가 연중 또는 월중행사로 치러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불법운동 방지와 공명정대한 선거관리의 파수꾼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권력에 흔들리지 않는 의연한 자세와 함께 전문요원 양성 및 부정단속권 확보 등이 시급하다. 선관위에 대한 여전한 국민의 의구심을 신뢰로 바꾸는 날이 바로 중앙선관위가 제 구실하는 출발점이 될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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