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윤리·생명존엄성 망각 “충격”/기준없이 정자채취·시술성행/사전 질병검사등 규제책 시급경희의료원 불임클리닉의 비윤리적 운영실태는 의료인의 윤리,생명의 존엄성 등 여러측면에서 충격을 던져주었다.
국내의 인공수정은 85년 서울대병원에서 첫 시험관 아기가 태어난 뒤 올해로 9년째 접어들었으나 현행 의료법상 인공수정시술과 관련된 구체적 규제기준이 전무한 상태이다. 그러다보니 20여개 대학병원을 비롯,산부인과 전문병원 등 전국 40여곳에서 기준도,규제도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인공수정시술이 벌어지고 있다.
의료계 일각의 윤리망각·무성의로 AIDS 등 성병검사는 물론 각종 질환의 사전검사가 준수되지 않고 있고 정자제공자의 인적사항 파악,유전 및 전파성 질환에 대한 검사도 않는 등 정자의 채취에서부터 시술에 이르기까지 문제점 투성이로 파행적으로 시술돼왔다.
특히 정자의 조달과정이 대부분 의과대학생이나 수련의를 통해 8만∼20만원씩 받고 매매로 이뤄지고 병원부근의 신원미상 청년까지 동원되는 일도 공공연하다는 지적이다.
국내의 경우 정자제공은 무상기증을 원칙으로 하고 한 사람의 정자를 다수의 여성에게 수정시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한 의료관계자는 『남성불임환자를 위한 대체정자를 만들어내기 위해 돈을 주고 수련의들을 동원하거나 사후문제가 없는 제3자의 정자를 받아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채취정자를 사전검사하지 않을 경우 한 사람의 정자를 중복 사용하거나 성병 등에 감염된 정자를 사용하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점이 속출하는데도 보사부는 대책은 물론 실태파악조차 못하고 방치해왔다.
지난 91년 「체외수정에 관한 형사법적 연구」라는 논문으로 청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권태호검사(41·법무부연수원 교관)는 『인간생명의 근원인 정자와 난자를 매매하는 행위와 무분별한 인공수정 시술을 규제하는 내용의 입법을 조속히 하고 인공수정 시술기관 등의 허가와 취소에 관한 규정을 다룰 위원회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경희의료원 사건은 인공수정 시술분야의 새로운 제도마련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진료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라도 허용된다』는 식의 병원 경영방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인공수정시술에 드는 비용은 2백만원 내외로 사람에 따라 2∼6회 정도 시술해야 하기 때문에 인공수정비용은 많게는 1천만원대에 이른다.
시술료가 고가이다 보니 병원측은 환자를 많이 끌어오고 성공률도 높은 의사를 우대하고 의사는 의사대로 환자들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인적사항 등 진료기록을 남기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한 사람이 제공한 정자를 10인 이상 인공수정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AIDS·매독 등의 감염유무를 반드시 확인하며 6개월 이상 냉동된 정자만 사용토록 지침을 정해놓고 있다.<송대수기자>송대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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