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사주간 타임지 신년호는 「올해의 인물」로 클린턴을 선정,커버스토리로 크게 다루었다. 이 특집기사의 서두에는 미국이 처한 비참한 현실이 비유적으로 묘사돼 있다.『최근 수년동안 미국인들은 잃어버린 뭔가를 애석해 해왔다. 그것은 자긍심,젊음,이상,행운 등이다. 몇년전부터 퍼진 가녀린 노래가 미국인의 상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조 디마지오(프로야구의 전설적 영웅) 당신은 어디로 가버렸는가』
미국이 꿈과 자신감을 잃어간다는 사실을 「디마지오의 실종」으로 묘사했던 것이다. 그러나 타임지는 결론을 비관적으로 마무리하진 않았다. 클린턴이라는 「희망의 열쇠」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맨 마지막 문구는 「횃불은 넘겨지고… 전후세대의 상징인 클린턴이 미국의 강점을 부활시키기 위해 백악관으로 걸어오고 있다』는 낙관적인 내용이었다.
클린턴은 타임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20일 취임식장의 단상에 우뚝 서서 타임지가 바라던대로 힘찬 모습으로 「변할 미국」 「강한 미국」을 역설했다. 그가 감동에 찬 어조로 『정체와 표류는 끝났다. 이제 새로운 소생의 계절이 시작했다』고 웅변했을 때 미 국민은 박수와 환호로 답했다. 이 교감속에는 한점 우울함도,걱정도 없이 오직 열정과 힘,희망만이 넘치고 있었다.
미국인들은 클린턴의 연설을 들으며 『자 다시 시작해보자』고 다짐했을 것이다. 클린턴이 『미국을 다시 탄생시키자. 하지만 이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우리의 희생과 헌신이 필요하고 그 희생은 바로 우리를 위한 것이다』고 강조했을 때 가장 크게 터져나온 박수갈채는 미 국민의 결의를 짐작하게 해준다.
타임지는 『미국의 역사는 때가 되면 스스로를 재창조해왔다』고 평했다. 19세기에 미국의 정신이 표류할 때 서부 개척운동이 나왔고,남북전쟁은 노예제의 폐지와 강력한 연방을 창출해냈으며,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하자 뉴딜정책이 등장했다는 논리다. 정체와 무기력에 빠진 지금 변화가 바로 재창조의 실마리라는 것이다.
미국이 클린턴의 다짐처럼 변화의 재창조를 성취해낼지는 미지수이나 때가 오면 「팔을 걷어 붙이는」 열의만은 인상적이다. 「변화의 시대」를 외치는 우리로서도 진지하게 들여다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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