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기 입국등 요구 대부분 수용/클린턴 새 정부에 타협명분 제공사담 후세인이 클린턴 미 대통령을 향해 화해의 올리브가지를 흔들고 있다.
이라크의 19일 조건부 휴전제안 및 유엔사찰기 입국허용 조치는 클린턴에 대한 후세인의 전향적인 유화메시지로 해석된다. 즉 그간 강성일변도의 대이라크 정책을 고집해온 부시 대통령 퇴임이후를 계산한 후세인의 예정된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후세인은 이번 사태가 부시의 퇴임과 함께 일단 마무리될 경우 별로 손해볼게 없다는 결론에 달한듯하다. 후세인은 군사 및 경제적으로 서방측과 절대 불리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건재를 과시했다. 대외적으로는 서방측 권위에 대한 저항적 이미지를 고양시키는 동시에 범아랍권의 민족감정을 부추기는데도 성공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물론 아직 사태가 유동적이긴 하나 결국 후세인은 서방측과의 손익계산에서 정치적 실익을 챙긴 것으로 분석된다.
후세인측의 일차적 과제는 걸프지역에 엄청난 군사력을 동원한 서방측에 무력을 거둬들일 명분을 주고 이번 사태를 모양새 좋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더불어 조건부 휴전제의 및 유엔기 입국조치는 이라크 사태해결의 주도권을 넘겨받게된 클린턴에 대해 운신의 폭을 넓혀주고 대미관계 정상화를 모색하려는 후세인의 의도가 함축된 것이다.
이렇게 볼때 후세인이 주도하는 이라크 혁명 평의회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클린턴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이라크 국민의 선의 메시지」를 누차 강조한 점은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20일 공식 취임한 클린턴은 이라크측의 유화적인 정치공세에 뚜렷한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스테파노폴러스 대변인이 『이라크의 이날 제안은 유엔결의안의 전면적 수용에는 미흡한 수준』이라고 간단히 언급했을 뿐이다.
그러나 클린턴은 부시 대통령의 대이라크 강경노선을 승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침체된 경제회복 등 국내 현안이 산적한데다 이라크사태에 대한 기본인식도 부시와는 다르다.
클린턴이 최근 뉴욕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이라크와의 새로운 출발 가능성」을 언명하고 후세인에게 감정차원에서 집착하지 않겠다고 재차 강조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클린턴이 기존의 대이라크 정책을 급격히 전환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현 단계에서의 명분없는 후퇴는 미 국민의 자존심에도 흠집을 내며 막 출범한 클린턴 정권의 인기에도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올 소지가 다분하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이라크가 과연 클린턴이 원하는 수준의 양보를 언제 할 것이냐에 귀착된다. 이라크는 휴전제의를 발표하며 『이는 클린턴에게 이라크 사태를 재검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적 여유를 갖고 타협하자는 뜻이다.
이라크측은 이미 미국측의 요구사항중 ▲쿠웨이트국 경초소 해체 ▲유엔기 입국 허용조치를 취했다. 비행금지구역내 서방측 공군기에 대한 공격도 자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바 있다.
때문에 기술적 문제를 차치할 경우 대량 살상무기 사찰을 위한 유엔기 입국허용과 비행금지구역내 이라크 미사일 전진배치 철회 등 2가지 사항을 내세운 유엔측 요구를 거의 수용한 것과 다름없다.
클린턴도 이라크에 대한 자신의 요구가 「유엔이 요구하는 결의안 이행」이라고 못박아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선 미·이라크간의 갈등이 조속한 시일내 해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양측이 실리와 명분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현재의 대결구도를 풀어내지 못하는 경우 사태는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후세인이 아랍권의 동정을 사기위해 「치고 빠지기」식의 전법을 계속 구사한다면 클린턴으로서도 선선히 물러설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이 사태의 호전기미가 완연한 가운데서도 항모 케네디를 지중해에 증파한 것도 이러한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여하튼 이번 이라크사태는 클린턴 정권의 출범과 함께 사태종결을 암중모색하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게 거의 확실하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