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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 없는 국민당」 변신모색/외유기간 동안 당체제 추스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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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 없는 국민당」 변신모색/외유기간 동안 당체제 추스르기

입력
1993.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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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시간 대폭 늘어… 집단지도체제 “사전 실험”/정 대표 공당화의지·내부갈등 해소가 관건될듯국민당은 요즘 정주영대표 없는 당운영을 실험중이다.

정 대표가 외유중인 가운데 국민당은 매일 최고위원회의와 당직자회의를 열어 중요결정을 내리고 심지어 정 대표가 출국전 의사표시를 한 부분을 뒤엎기도 했다.

국민당 내에서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오는 24일께로 예정된 정 대표의 귀국을 「저지」하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대선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 대표에게 충분한 휴식과 구상의 기회를 갖도록 한다는 뜻도 있겠지만 정 대표 출국전 빚어진 일련의 파동을 수습하는데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이기도 하다.

그만큼 정 대표의 외유기간은 국민당이 재기를 모색하는데 있어 의미있는 기간이라 할 수 있다.

대선결과 자체보다도 대선 이후 한달 동안 미숙한 후유증 처리로 결정적인 이미지 실추를 겪었던 국민당으로서는 정 대표의 외유동안 당체제를 추스르기 위한 사전준비를 해놔야 할 형편이다.

동시에 국민당은 「공당화」의 한 과정으로서 정 대표 개인이 아니라 집단에 의한 의사결정 방식을 실험해야 할 필요도 느끼고 있다.

정 대표 없는 국민당의 특징중 하나는 우선 회의시간이 대폭 늘어났다는 점이다. 보통 1시간 내외면 끝나던 국민당의 각종 회의는 이번주 들어 3시간 이상 지나야 결말이 난다. 당무위원수를 조정하는 문제를 비롯,대여투쟁의 방법과 수위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아이디어와 찬반토론이 무성하다.

이같은 형태의 의사결정 방식은 그 효용성에 대한 엇갈린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민당의 최대 취약점으로 지적돼온 정 대표 중심의 「사당적」 성격을 상당부분 교정시킨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민당은 정 대표가 귀국하면 최고위원 중심의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정 대표 자신도 출국전 『앞으로 당을 집단지도체제로 끌어가겠다』고 밝혔으며 이번 「해외구상」도 이러한 집단적 의사결정 및 당운영 방안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당은 그러나 정 대표 귀국후 「공당」으로 변신하는데 있어 여전히 뛰어넘기 힘든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정 대표가 과연 현재의 마음가짐처럼 집단지도체제의 실질적 운영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 대표는 지난해 대선에 앞서 당직자들의 반발이 있을 때마다 「제도 및 기구에 의한」 의사결정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실제로는 이를 철저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다가 실질적 집단지도체제를 보장하는 근본적 방안의 요체는 정 대표로부터의 재정권 독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현단계에서는 실현되기 어려운 일이라는게 국민당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정 대표의 실천적 의지가 국민당 「공당화」에 무엇보다 중요한 셈이다.

국민당이 안고 있는 또다른 과제는 현재 최고위원을 구성하고 있는 인사들의 이질적 성격과 「창당파」 및 「영입파」간의 내재적 갈등의 해소문제. 새한국당에서 합류한 이자헌 한영수 김용환 박철언 유수호 최고위원 및 독자 입당한 김복동 최고위원 등은 각각 다른 정치적 배경과 야심을 갖고 있을 뿐더러 창당멤버인 양순직 김동길 최고위원 등과 미묘한 힘 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최근들어 「영입파」 최고위원들이 당 의사결정의 핵심을 차지함에 따라 창당때부터의 당직자 및 평의원들이 노골적인 불만과 반발을 드러내고 있다.

김동길 최고위원의 사퇴와 당 3역의 완곡한 불만표시 등은 이같은 당내 상황을 반영하는 대목들이다.

국민당은 4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경선을 통해 지도체제를 완전 개편할 때까지 힘겨운 실험을 계속해야 할 처지이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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