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년간 사용한 성서에 손얹고 벅찬 선서/“대담한 실험 감행할 때” 강한 의지/흑인시인 축시… 소수인종 배려빌 클린턴 제42대 미 대통령은 20일 정오(현지시간) 워싱턴의 의사당앞 광장에서 취임식을 갖고 대통령으로서의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취임식을 가까이서 지켜본 부시 전 대통령은 언론에 노출을 피하는 등 극히 자제하는 모습으로 야인으로 돌아갔다. 클린턴 정권의 취임식을 전후한 워싱턴 정가의 표정을 살펴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
○…『나,윌리엄 제퍼슨 클린턴은 미 합중국 대통령직을 충실히 수행하며 헌법을 지키고 보존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을 선서합니다』
빌 클린턴은 20일 정오 직전인 11시58분 벅찬 표정으로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 앞에서 2백여년동안 사용돼온 성서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했다. 전후세대가 처음으로 세계 최강의 국가를 이끌어갈 대통령직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앨 고어 부통령 부처 각료들을 비롯,1만여명의 하객들이 뜨거운 박수로 축하했다. 지난 며칠간 혹독하게 추웠던 날씨마저 풀려 하객들도 어깨를 쫙 편 모습들이었다.
이어 클린턴은 2억4천만 미 국민과 세계를 향해 힘있는 어조로 취임연설을 시작했다. 2천4백단어,20여분간 진행된 취임사는 『미국 재건의 새 시대 시작 선언에 이어 미국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는 대담한 실험을 감행해야 한다』는게 요지.
그는 또 『변화를 위한 변화가 아니라 미국의 이상을 지키기 위한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며 「변화해야 할 미국」이 나아갈 길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클린턴이 연설 중간중간에 강조할 대목을 힘주어 말하자 퍼스트레이디 힐러리가 여느 하객보다 열렬하게 박수를 쳐 「환상의 커플」임을 다시 한번 과시하기도.
취임사가 끝나자 한 흑인여성이 등단,축시를 낭송했다.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단상에 오른 그녀는 시인 마야 안젤루(64). 그녀는 자신이 지은 축시 「아침의 맥박」을 3분30초에 걸쳐 읊조리면서 「새로운 시작」의 의미와 감동을 청중들에게 생생히 전달했다.
그녀의 축시는 인간의 경험과 미국에 대한 희망을 주제로 자신의 삶에서 깨달은 진리를 절제된 언어로 표현해 감동적이었다는 평. 대통령취임식에 축시가 낭독된 것은 61년 존 F 케네디 취임식 당시 로버트 프로스트가 86세의 노구를 이끌고 등단한 이래 처음있는 일.
이어 아칸소주 필란데 스미츠대 합창단이 「언덕위의 도시」를 부르자 분위기는 절정.
클린턴 취임에 앞서 고어 부통령은 현직 대법관이 주재하는 관례를 깨고 흑인 전 대법관인 더굿 마설의 주재로 선서를 마쳤다.
○…이번 취임식에는 흑인들에 대한 배려가 두드러져 클린턴의 소수인종 배려 다짐을 상징적으로 실천하는 모습.
흑인여성 시인의 시낭송,흑인 전 대법관의 부통령선서 행사 주재,취임식날 아침의 예배 등이 대표적인 흑인배려 케이스. 그는 이밖에도 18일 「흑인의 하버드대」로 알려진 하버드대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기념식에 참가하기도 했다.
○백악관까지 퍼레이드
○…취임식후 클린턴 일행은 의사당 구내식당에서 상하의원,대법관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오찬은 비공식으로 진행됐다.
오찬이 끝난뒤 클린턴 대통령은 하오 2시부터 의사당에서 백악관까지 퍼레이드를 벌였다. 퍼레이드에는 50개주에서 각종 단체들이 참여,화려하고 다채로운 행사를 선보였다.
이 퍼레이드는 미 CBS,NBC,ABC 등 3대 TV방송과 CNN이 생중계했다.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의사당백악관 사이의 펜실베니아 거리는 차량통행이 아침 일찍부터 통제됐고 행사 시작후에는 관람객의 도로횡단도 금지됐다.
펜실베니아가로 옆에는 4만여개의 관람석이 마련돼 있었으며 이중 15% 정도는 10∼1백달러에 일반에게 판매됐다.
나머지 대부분의 좌석은 클린턴이 신세진 지지자들,워싱턴 주변의 지역사회 인사들에게 배정됐다.
퍼레이드가 끝난뒤에는 하오 7시를 전후해 시내곳곳에서 리셉션·무도회 등의 축하행사가 열리고 클린턴은 잠깐씩 얼굴을 내밀고 인사만하고 떠났다.
○…이에 앞서 클린턴은 개인자격으로서는 마지막 날인 19일 상오 첫 일정을 평소 흠모해왔던 고 케네디 대통령 형제 묘소를 참배하는 것으로 시작.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참배에는 에드워드 케네디 등 20여명의 유족이 동석.
클린턴은 이어 전 현직 주지사들을 초치,오찬을 함께 했는데 그는 이 자리에서 『(이제 미국이) 대담한 실험을 감행해야 할 때』라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문구를 인용하며 개혁과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
클린턴은 이어 『나는 의자나 세워놓으려고 이 자리를 떠맡은게 아니다』며 『항상 방문을 열어 놓을테니 제발 거침없이 들어와 내 잘못을 지적해 달라』고 간곡히 당부.
○축하공연 대성황 이뤄
○…19일 하오에도 클린턴은 셰라톤 워싱턴호텔 등지에서 개최된 4차례의 취임 축하파티에 연이어 참석.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엘튼 존,바브라 스트라이샌드,마이클 잭슨 등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총출동한 대통령 취임 축하공연.
「젊은이들에게 갈채를」이라 명명된 이 행사의 공연장인 케네디센터엔 1백∼1천달러를 호가하는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수천명의 청중이 몰려 대성황.
이날 공연을 위해 다시 모인 록그룹 플리트우드 맥은 클린턴 진영의 대선 캠페인 가요였던 「(내일에 대한 생각을)멈추지 말아요(Don’t Stop)」를 열창했고 마이클 잭슨은 에이즈로 사망한 어린이들을 추모하는 노래를 불렀다.
특히 열렬한 아동보호가로 알려진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아동 권익옹호에 앞장서는 힐러리의 업적을 치하해 눈길.
한편 클린턴은 이 행사장에서 어린이들에게 『나는 10대부터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며 『만일 공직에 출마해서 당선된다면 이는 한번 해볼만한 일이라고 믿었다』고 회고.
그는 이어 『어렸을 때는 외로운 적도 있었고 바보같은 짓을 많이 하기도 했다』고 회고한뒤 외로울 적엔 몇시간이고 색소폰을 불며 외로움을 달랬다고 덧붙였다.
○…클린턴 못지않게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는 백악관의 새 안주인 힐러리는 빼어난 옷맵시로 세련된 면모를 과시.
힐러리는 취임 축하일정이 시작된 이래 행사 때마다 의상을 갈아입었는데 그중 일부는 사라 필립스 등 일류 디자이너의 작품.
○옐친 대통령 축하전문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20일 클린턴 신임 대통령에게 취임 축하전문을 보내 『가까운 장래』에 만나자는 희망을 전달.
옐친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궁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달초 2단계 전략핵무기(STARTⅡ) 서명식 당시 그가 행한 연설중 『두나라간의 대화가 중단돼서는 안된다』는 부분을 다시 한번 강조해 향후 밝은 양국관계를 예고.
○…한편 부시 대통령은 19일 자신의 경호원 및 백악관 관리들과 작별인사를 나누는 등 차분히 주변을 정리.
부시는 이날 밤 대통령 이취임식 행사를 집전할 빌리 그레이엄 목사를 불러 백악관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그는 또한 마지막 국가안보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는데 그는 이 보고서에서 『미국은 반드시 (세계를) 리드해야 한다』며 『우리는 밖에서 강하지 못할 때 안에서 절대 강해질 수 없다』고 강조.
○…백악관측은 퇴임을 하루 앞둔 이날 연방법에 따라 부시 대통령의 개인 재산목록을 공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의 총재산은 약 2백만달러(한화 16억원) 정도.
그는 지난 81년 계좌를 개설한 1백여만달러의 「블라인드 트러스트」(공직자 직권남용 방지용 재산 백지위임)와 메인주 케네벙크 포트소재 여름별장(시가 1백만달러 상당) 및 휴스턴의 토지(10만∼25만달러 상당) 등을 소유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지난해 대통령 문장을 새긴 엽총 두자루와 골프클럽 회원권 등 총 5만3천달러에 상당하는 선물을 받았다. 미국 대통령은 재임시 받은 선물중 1백달러가 넘는 것을 가지려면 반드시 백악관측에 신고해야 한다.
부시 대통령이 받은 선물중 그가 가지고 가지않는 일부는 국립보관소나 텍사스 에이앤앰대에 건립될 「부시 대통령 기념관」에 기증될 예정.
○시내 곳곳 축제분위기
○…클린턴 취임행사로 워싱턴 전체가 축제분위기에 빠져드는 가운데도 그의 대변인 조지 스테파노폴러스는 클린턴 진영의 행정부 주요직 인선이 지나치게 지연되고 있는데에 대한 비판을 막아내느라 진땀.
클린턴 진영은 취임식 이전까지 각료급 이하 임명직 6백여명을 충원해야 할 형편이나 1백여명의 명단만을 내놓고 있을 뿐이어서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
클린턴은 이를 의식,19일 국무부 외교 실무진 인선명단을 발표했는데 관리담당 차관에 브리언 애트우드,주미주 기구(OAS) 대표에 린 데이비스,근동·남아시아 담당차관보에 에드워드 제레지언 등을 선정.<워싱턴 외신="종합">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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