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이라크 미사일 공격에 관한 국제언론보도는 「전쟁의 최초 희생자는 진실」이란 고전적 경구를 다시 생각케 한다.17일밤의 공습 관련보도에서 「기자적 관심」을 끈 것은 바그다드의 외신기자들이 집중 투숙한 알 라시드호텔의 피격상황이었다.
바그다드 외곽 13㎞의 공격목표를 향해 미국의 크루즈 미사일이 날아가던 와중에 바그다드 중심가 라시드호텔 정원 방공호 옆에 「폭탄」이 떨어졌다. 폭 7m,깊이 3m의 폭파웅덩이가 패었고,호텔 로비가 부서져 사상자가 발생했다.
CNN방송의 현지 특파원은 「현장에서 발견한 크루즈 미사일 파편」이라며 화면에 내보였다. 파편에는 미 유니솜이란 제작사 명칭과 제조번호 등이 선명했다. 뉴스앵커는 「이라크측의 조작가능성」을 거듭 다그치듯 물었다. 특파원은 『크루즈 미사일임을 확신한다』고 했다.
CNN의 군사전문가는 『유니솜은 크루즈 미사일 엔진제작사』라고만 말했다. 앵커와 대담하던 전략문제 전문가는 『몇피트 오차밖에 없는 크루즈 미사일이 13㎞나 빗나갈 수는 없다』며 이라크측의 조작 가능성을 여러가지로 강조했다.
이날밤 독일 TV들과 다음날 아침신문들은 호텔 피격사실을 부각시키며 대공포 파편론을 간단히 언급했다.
그러나 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폭격기사와는 별도로 『폭격와중에 호텔이 손상됐다』는 제목으로 세계언론을 「지배」하는 영 로이터통신의 다음과 같은 기사를 전재했다.
『미사일 공격 와중에 라시드호텔이 손상됐다. 한 이라크인은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다른 소식통들은 대공포 파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호텔 정원에 깊이 3m 폭 7m 웅덩이를 남긴 폭발은 치열한 대공포화후 있었다』
한편 CNN의 현지 특파원이 미사일 「제조회사」가 선명한 파편을 화면에 비춰주고 있는데도 미국 백악관은 계속 『이라크의 대공포탄 파편』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미 국방부는 하루지난 월요일에야 『미사일이 이라크의 대공포화에 맞아 떨어진 것』으로 공식 확인했다.
91년 걸프전후 양심적 언론들은 「사상 최악의 거짓말투성이 전쟁」에 언론이 무력했음을 자괴,통탄했었다.
지금도 이라크 사태에 관한 논란과 보도에는 거짓이 많다. 중요한 것은 많은 언론들이 스스로 진실을 외면하고 적극적으로 거짓을 전파한다는 사실이다.
후세인이 나쁘다고 해서 언론의 책임마저도 면해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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