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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몰려간 불청객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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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몰려간 불청객들(사설)

입력
1993.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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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잔치에 불청객이 참여하는 것은 실체다. 외국의 국가적인 경축행사에 초청을 받지도 않았으면서 참석하려는 것은 결례의 수준을 넘어 추태에 가깝다. 지금 우리나라 정계의 중진을 포함한 국회의원 40여명이 미국의 제42대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을 받은 양 워싱턴에 집결하고 있다. 국민의 대표라는 선량들이 최소한의 국위선양은 못할망정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는 이런 추태를 벌여도 되는 것인지 본인들에게 묻고 싶다.그렇지 않아도 새해들어 많은 여야 의원들이 「미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을 받아 출국한다」고 신문을 통해 보도됐었다. 그러나 알고보면 이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기만행위이자 대외적으로도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대통령취임식에 주미 외교사절외에는 어떤 외국의 인사도 초청하지 않는 것을 관례로 삼고 있다. 취임선서를 하는 식장스탠드에는 상·하원의원 전원과 대법원 판사 및 외교사절들만이 앉고 단하에 참석하는,즉 77년 카터때 11만7천명,89년 부시때 14만명,그리고 이번의 7만5천명은 상·하의원들을 통해 초청된 미국 각지의 시민들이다. 식장외에도 취임을 축하하는 각종 만찬회,리셉션,무도회,음악회가 있으나 그것은 수십∼수백달러의 입장권을 미리 사야만 한다. 축하행진이 벌어지는 연도의 자리까지 파는 형편이니 입장권을 산다해도 초청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정치인들이 인기관리를 위해 입장권 산 것을 「초청」으로 바꿔 말하거나,최대 우방국 대통령취임식인데 축하하러 갈 수 있지 않느냐고 강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기야 이번 뿐인가. 걸핏하면 수백달러의 식대를 낸 미 대통령 조찬기도회나 미국의 무명대학 연구소 또는 정체불명의 세미나 참석 등을 이유로 정치인들이 나들이한 것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행태들이 20∼30년전이라면 모르지만 지금이 어느 때인가. 민주화의 가장 큰 취지는 정치인이 국민의 뜻에 따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것 아닌가. 나라 안팎으로 대변혁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때에 어느 때보다 확고한 주체의식­목적의식을 갖고 처신해야 할 정치인들이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는 명분없는 일로 워싱턴시가를 서성거리고 그나마 상당수는 아예 워싱턴에는 가지도 않고 엉뚱한 곳에서 골프 등으로 소일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가 아닐 수 없다.

지금 나라안의 일이 얼마나 중요한 때인가. 모두가 힘을 합쳐 32년만에 새로운 문민정부의 출범을 준비해야 하고 야당들도 체제정비를 서둘러야 할 때이다. 어처구니 없는 것은 이들의 「위장초청」 외유만이 아니다. 지난 91년부터 모든 의원들의 해외출장은 반드시 확실한 명분이 있어야만 허가하게 되어있음에도 이들의 나들이를 묵인한 국회의장과 각당의 총무들도 마땅히 일단의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다시한번 현지에 가있는 의원들에게 당부하고자 한다. 더이상 부질없이 미국에서 방황하지 말고 귀국을 서둘러주기 바란다. 또 각당은 앞으로 이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각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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