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치·서민적 이미지 신경/개혁의지 강조 「퇴색우려」 일축김영삼 차기 대통령이 19일로 제14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지 한달째를 맞았다.
김 차기 대통령은 이 기간동안 자신의 변모된 위상을 스스로 실감하면서 향후 5년간의 집권구상을 위해 조용하지만 「고독한 시간」을 보내왔다.
김 차기 대통령이 최근 『국민들의 기대가 워낙 커 밤잠을 못이룰 정도』라고 측근들에게 언급한 대목이 그의 당선 한달을 함축적으로 요약하고 있다.
당선의 기쁨도 잠시일뿐,김 차기 대통령으로서는 당장 「신 한국건설」이라는 총체적 집권플랜을 완성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차기 대통령은 지난 연말 대통령후보에서 당선자로 그 신분과 위상이 바뀌면서 눈에 띄게 달라진 행보를 보여왔다.
우선 국가원수급에 준하는 「철통경호」가 늘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탓도 있겠지만 공사적 모임은 물론 민자당에서의 집무까지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왔다.
특히 측근들의 조언에 의존해왔던 종전의 모습에서 탈피,대화채널을 다변화하는 스타일로 변모해가고 있다. 상도동 자택을 자유스럽게 출입하던 이른바 「YS맨」들도 김 차기 대통령을 직접 대하기가 어려워졌다.
김 차기 대통령은 그러나 국민을 의식하는 「생활정치」의 철학을 지난 한달동안 유감없이 발휘,자신의 행보속에 반영해왔다. 그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은 「허례허식」을 솔선해 없애 보인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 연말 대규모 당선축하연을 취소하는 대신 절약된 경비 2억원을 청주시 우암아파트 붕괴사고 복구비로 전달케했고 임시 집무실로 「안가」를 사용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또 대통령 취임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지 말 것과 검소한 취임식 행사가 되도록 각별히 지시했다. 외부 인사들과의 오찬회동을 마련하는 등의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곤 호텔 등 고급식당을 거의 이용하지 않고 전부터 애용하던 칼국수집이나 설렁탕집 등을 계속 즐겨 찾아 서민적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밖에 장·차관의 자신에 대한 정부 업무보고가 시간낭비이며 업무 중복이라고 지적,취소시켰고 생일과 정초에 하례객들을 일절 받지않고 가족들과만 조촐히 지낸 점 등도 같은 맥락인 셈이다. 결국 이같은 김 차기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은 『고통을 분담해 다시 뛰자』는 자신의 대국민 호소를 행동으로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볼 수 있다.
○…김 차기 대통령은 이와함께 각계 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는 등 여론중시 스타일을 실천적으로 선보여왔다. 주로 민자당사 집무실에서 맞이하는 내방객은 하루 평균 30∼40명에 달해 지난 한달동안 줄잡아 1천여명의 외부인사들을 접견했다.
정치 경제 종교 언론 교육 문화 예술 노동 체육 여성계 및 재야인사와 농수산단체 대표 중소기업인 이북 5도민 재일교포 등 각계 각층으로부터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온 것이다.
또 주한 주요국 대사들의 예방을 받았는가 하면 군부대와 일선 파출소를 방문하고 환경미화원과 장애인 고아원 양로원 등을 찾아 「소외된 목소리」를 직접 들으려했다.
김 차기 대통령은 특히 이들 각계 인사들과의 대화석상에서 관심이 가는 대목은 직접 수첩에 메모를 하고 관련자료를 마련해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하는 등 「현장확인 국정」 스타일을 예고하기도 했다.
또 하루일과를 마치고 상도동 자택에 돌아가서도 2층 서재에서 2시간 가량은 반드시 보고서 및 서류들을 챙긴뒤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 벌써 몸에 배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성공한 대통령,실패한 대통령」이라는 서적을 정독,감명을 받았다는 측근들의 전언이다.
김 차기 대통령은 다만 충현교회 예배대신 가정예배로 주일을 보내는 등 행동이 부자유스러워진 점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워하기도 하지만 새벽조깅과 마산의 부친에게 문안전화를 하루도 거르지 않는 등 「변하지 않은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김 차기 대통령이 당선 한달을 보내면서 가장 부담을 느끼고 있는 대목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인선문제」인 것 같다. 그는 측근들에게 『인선문제 때문에 잠이 안온다』고 얘기할 정도로 「고독한 결단」을 앞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듯하다.
김 차기 대통령은 이와관련해 철저한 「독자구상」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데 측근 및 친인척들의 입조심을 당부하는 등 잡음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배제시키고 있다. 또 개혁정책 입안기구로 구상했던 「신 한국위원회」(가칭)를 발족하지 않아 주위에서 개혁의지가 흔들리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을 때도 『개혁은 내가 한다』고 강조하며 자신감과 의지를 피력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김 차기 대통령의 한달간 행보는 여론동향을 세심하게 살피면서 자신의 「집권조감도」를 그려나가되 결코 조급하게 서둘거나 과욕을 부리지 않는 신중한 면모를 유지해왔다고 볼 수 있다.
당과 정부가 김 차기 대통령의 의중을 탐색하느라 여전히 분주한 모습 역시 그의 당선후 한달이 시종 특유의 「김영삼 정치스타일」이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정진석기자>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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