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도 떨어질 때가 있는가. 우리나라의 땅값은 그동안 고도성장을 로켓삼아 위로 치솟기만 했다. 그래서 땅은 투기의 대상이 됐고 경제가 주기적으로 부동산투기의 광풍에 휘말렸다. 국제경쟁력은 곤두박질을 쳐도 졸부가 양산됐다. 가치관이 붕괴됐다. 4천만을 투기의 광신도로 만들었다. 기업이고 개인이고간에 개미보다는 매미를 선호하게 됐다. 우리나라 경제가 오늘날 용이 아니라 지렁이라는 모욕의 소리를 듣게 된 것도 뿌리를 찾는다면 바로 땅,주택 등 부동산투기에 있다. 이 투기의 생명력인 떨어질줄 모르는 땅값이 드디어 꺾이었다. 정부가 전국의 지가변동을 조사하기 시작한 75년이후 처음으로 땅값이 떨어진 것이다. 건설부에 따르면 전국의 지가지수가 92년 1천5백2보다 1.27% 낮아진 것이다. 하락폭이 미미하나 지가가 완만한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거품경제의 거품이 제거됐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땅값이 88년 20.2%,89년 32%,90년 20.6%,91년 12.8% 등 4년 연속 상승에 상승을 거듭했던 거품경제 때와 비교하면 지가는 고삐가 단단히 잡힌 셈이다. 한국경제가 살아남자면 89∼91년과 같은 땅투기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다시한번 땅·주택 등 부동산의 값이 폭등한다면 국제경쟁력은 주저 앉는다. 땅값,땅투기를 꺾는데 제도적으로 수훈 갑의 공로를 세운 것은 토지초과이득세,개발부담금,택지부담금 등 토지공개념 제도들의 도입이다. 그런데 민자당 정책연구팀에서는 토지제도와 세제의 개편과 관련하여 토초세 등 토지공개념제도를 폐기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자당의 관련 정책조정실장은 『우리나라 토지세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과표가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라며 『토초세,택지초과 소유부담금,개발부담금제 등 보조수단을 폐지하고 과표를 현실화하는 것이 신정부가 추진할 토지관련 세제개혁의 기본방향이다』라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과표를 현실화하면 토지관련 기본세제인 종합토지세와 양도소득세의 보완만으로도 토지투기 등 부작용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어긋난 소리는 아니다. 문제는 「과표의 현실화」와 「보안」을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다. 현재 토지관련 세금의 과표는 공시지가의 15∼2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과표가 너무 낮기 때문에 종합토지세와 양도소득세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지방세로 돼있는 종합토지세의 경우 내무부는 지난해부터 매년 과표를 25∼30%씩 인상,94년말께는 세율을 조정하면서 공시지가를 바로 과표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과표의 현실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과표의 현실화」라는 가상을 전제로 토초세 등 토지공개념제도의 폐지방침을 공론화한 것은 불합리하다.토초세는 놀리고 있는 모든 유휴지를 대상으로 토지의 과다이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하겠다는 것인데 세율은 땅값 초과상승분(정상지가 상승률이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3년 복리이율을 초과한 지가상승분)의 50%다. 실현되지 않는 이득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이라하여 강한 저항을 받고 있다. 또한 「유휴지」냐 아니냐의 적용의 적법성,지가산정의 적정성 등을 놓고 토지소유자와 국세청 사이에 법정시비가 잦다. 문제가 없지 않다. 그러나 땅투기를 잠재우는데는 기공할 위력이 있다.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가 어디 있는가. 어떻게 도입한 토지공개념인가. 불합리한 점은 고쳐가면 되는 것이다. 토초세 등 토지공개념제도가 시행 3년 사이에 그런대로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폐지보다는 개선을 통해 토지공개념 제도의 정착을 굳혀야겠다. 민자당이 토초세 폐지에 앞장설 이유가 어디 있는가. 민의의 조류를 거스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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