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불협화로 확전 못할 것” 판단/항전 촉구속 클린턴에 화해 몸짓미국과 다국적군의 이틀에 걸친 맹렬한 추가폭격에도 불구하고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호전성과 자신만만함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후세인은 지난 13일의 1차공습 때와 마찬가지로 결사항전을 부르짖고 있다.
후세인은 이라크가 승리의 문턱에 서 있으며 지금은 결론을 맺는 마지막 장을 넘길 때라고 목청을 돋우고 있다. 승패의 향방은 점칠 수 없으되,그의 말마따나 상황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국민을 죽음의 수렁으로 내모는 독재자」 「국제사회의 이단자」 「전쟁 미치광이」… 서방언론의 후세인 보기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가 올바른 정신을 갖지 못한 인물이라는데는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그렇지만 후세인은 근본적으로 실용주의자에 속한다. 현실을 도외시한다거나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한 경우는 실제로 별로 없다.
현 상황만해도 그렇다. 「도발행위」를 계속하면서도 상대방에게 결정적인 빌미는 주지 않고 있다.
첨단과학을 총동원한 미국의 무력을 당해낼 재간이 스스로에게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후세인은 끊임없이 상대방을 집적거리면서도 자기 칼에는 피를 묻히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이라크기 격추사건이후 20일이 넘게 전쟁과 준전쟁상태가 계속돼왔지만 후세인은 상대방에게 인명피해를 안겨주지 않았다.
도전행위에 뒤따르는 미국측의 무력응징에는 『뭘 그만한 일에 전투기와 미사일까지 동원하느냐』는 식이다.
여기에는 물론 미국이 처해있는 대내외 상황이 걸프전 때처럼 대규모 군사력을 동원하는 일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정세판단이 깔려있다.
계속되는 이라크의 치고 빠지기식 파상전략에 가장 큰 불안을 느끼고 있는 쿠웨이트는 미국의 2차 공격이 있은뒤 후세인을 가리켜 「모든 우둔함의 아버지」라고 비꼬았다.
하지만 후세인은 그리 우둔하지 않다. 후세인 역시 지금처럼 긴장이 계속된다면 기껏해야 1∼2년 정도 밖에 버티지 못하리란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그렇지만 걸프전이후 유엔이 이라크에 가해온 각종 제재조치를 고스란히 받아들인다면 이라크로서는 일어설 방도가 없다는 인식도 아울러 갖고 있다.
이라크가 걸프전 종전협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은 유엔의 제재가 이 협정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지난 1년간 협정을 충실히 이행했지만 그 결과로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기는 매일반이라면 고사보다는 옥쇄를 택하겠다는 것이며 잘만하면 활로를 열 수도 있다는 판단을 후세인은 내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후세인이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는 빌 클린턴 차기 미 대통령에 대한 그의 태도에서 보다 선명해진다. 후세인은 부시에 대해선 입에 담기 민망할 정도의 악담을 퍼부으면서도 부시의 대이라크정책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클린턴에겐 끊임없이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현 대결구도의 근본원인이 부시의 개인적 악감에 있음을 안팎에선 전하는 동시에 『전임자가 무력으로 힘들게 해결하려 했던 일을 후임자인 당신은 평화적으로 손쉽게 풀 수 있다』는 메시지를 클린턴에게 전달하려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이는 현재의 긴장상태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대한 희망이 살아있는 한에 있어서만 해소될 수 있으며,희망이 깨질 경우에는 지금과 같은 악순환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홍희곤기자>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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