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 「추가공습」 정당성 논란/유엔결의 이라크 의도적 무시엔 공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 「추가공습」 정당성 논란/유엔결의 이라크 의도적 무시엔 공감

입력
1993.01.19 00:00
0 0

◎“폭격건물 핵시설 아닌 활동멈춘 공장”/“무력응징 일관 태도도 문제”연쇄적인 미국의 이라크 공습이 명분 시점 방식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은 신 정부 출범(20일) 직전인 17,18일 2차와 3차공격을 단행,이라크 군사력의 사실상 궤멸을 노리는 인상이다. 3차공습으로 미국은 2차 미사일 공격후 『이제 클린턴 취임 때까지는 참겠지』라고 느긋해하던 이라크를 경악시키는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이라크는 반드시 궤멸돼야 할 극악의 존재인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의 정전협정 위반은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단언한다.

한마디로 명분있는 공습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이라크는 『건재한 후세인을 두고 물러나야 하는 부시의 불타는 질시가 재공습의 이유』라고 평가절하한다.

양국의 명분이 큰 편차를 보이는 분야는 정전협정 위반여부·공습의 근거 등이다.

미국은 『이라크가 유엔결의안 6백87,6백88호를 이행치 않고 있다』며 이라크의 협정위반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6백87호는 이라크내 화학·핵무기 폐기를,6백88호는 압제받는 이라크 국민의 보호를 골자로 하고 있다. 따라서 유엔사찰단의 자유로운 활동,남부 시아파 보호를 위한 비행금지구역은 기본 전제이나,이라크가 이에 도전하고 있다는게 미국의 입장이다.

미국은 2차공습의 원인도 『유엔기가 요르단을 거쳐 들어와야지 남부를 통해 들어올 경우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다』는 이라크의 「버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16일 유엔기의 조건부 입국이라는 이라크 제안을 거부했고 미국은 재공격을 시사했었다.

이에대해 이라크는 『초계비행을 안한다면 남부지역으로의 입국도 좋다』고 한발 물러섰다. 미국은 이 제안을 이라크의 「치고 빠지기」로 간주,2·3차 공습을 행한 것이다.

비단 유엔기의 입국문제 외에도 그동안 40여차례나 시도된 유엔의 사찰이 이라크의 방해로 차질을 빚어온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지난해 7월 유엔이 이라크 농업부를 사찰하려다 이라크의 제지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에대해 이라크는 『패전국이라해서 민간기구까지 사찰하고 우리 영토의 남부와 북부를 자의로 통제하는 횡포를 좌시할 수 있는가』라며 「불가피한 몸부림」이라고 항변한다. 또한 이라크는 『핵무기개발의 의도도,능력도 없다』며 『사찰이 후세인 정권의 붕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양국의 정면 대립속에서 국제사회는 대체적으로 『이라크가 유엔결의안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며 미국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반적인 평가와는 달리 추가공격만을 놓고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무엇보다 「유엔기입국의 조건부 수용」이 꼭 응징해야 할 정도로 비중있는 사안이냐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1차 공습때 동참했던 영국과 프랑스가 이번 2차공격 때 빠진 점,메이저 영 총리가 사전에 이번 공습을 반대했다는 일부 보도가 명분의 취약성을 반증해주고 있다.

또한 미국이 2차때 근거로 제시한 결의안 6백87호가 상황논리에 맞지 않다는 비판도 많다. 미국은 페만 위기가 이라크가 6백88호에 근거한 비행금지구역에 미사일을 배치한데 비롯됐다고 주장해놓고 재공습 때는 「핵사찰준수」라는 6백87호를 갑자기 내건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3차 때는 다시 결의안 6백88호에 의거,남부의 미사일기지를 공습한 것은 편의주의라는 비판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폭격대상인 자파라니야공장을 핵시설로 단정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이다. 미 국무부는 『매우 중요한 핵시설』이라고 강변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키드 대변인은 『이미 오래전에 활동이 중지된 시설』이라고 다른 견해를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라크도 『금속주형 제작을 위한 공장』이라며 주요 핵시설 운운은 「넌센스」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미국의 연쇄공습은 『도발하면 언제든지 때린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던졌지만 적(이라크)도 우방도 설득시키지 못했다는 평을 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이라크의 쇠퇴는 곧 이란의 승세로 이어지는 등의 복잡한 중동의 역학관계에서 무작정 이라크를 무력으로 응징하려는 자세는 상책이 아니다』는 브레진스키 전 국무장관의 경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이영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