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국제정치무대에서 영향력 있는 대국으로 나서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표면화하고 있다. 지난 16일 방콕에서 미야자와 총리가 선언한 소위 「미야자와 독트린」이 그 공식선언문이라고 할 수 있다.미야자와 독트린의 내용은 크게 봐서 네개의 초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정치·안보를 위한 공식 대화의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본이 추구하고 있는 상설 안보협의기구를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둘째로는 일본이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이고,셋째로는 아세안의 경제발전이다.
얼핏 보기에 이들 세가지 논점에 비해 작은 문제인 것 같지만,실질적으로 큰뜻을 지니는 것이 네번째로 파악된다. 그것은 일본이 오는 7월 도쿄에서 열린 서방선진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의 입장을 반영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일본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을 대표하겠다는 의사표명이 된다.
그가 특히 인도차이나의 평화와 경제개발을 위해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장황하게 언급한 것도,아시아·태평양지역의 리더자리를 떠맡겠다는 구상과 맥이 닿는다. 물론 인도차이나는 일본이 유엔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군대를 보낸 캄보디아가 있는 만큼 해외파병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결국 미야자와 독트린은 일본이 탈냉전시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주도적 역할을 떠맡겠다는 야심을 밝힌 것이 큰 줄거리다.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전제로 내건 것은 대미관계에서 뿐만 아니라,일본의 군사대국화를 경계하는 동남아 각국의 국민감정을 완화하려는 포석이기도 하다.
방콕에서 밝혀진 미야자와 독트린은 미야자와 총리의 아세안 4개국 순방이 무엇을 의도한 것이었는가를 분명히 했다. 그것은 일본의 정치대국화를 위한 정치작업이요,정치대국화 선언을 내놓기 위한 외교나들이다.
구체적으로는 일본의 자민당이 공식논의를 시작한 「평화헌법」 개정,그리고 군사활동을 배제한 유엔평화유지활동 협력법의 개정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95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 되겠다는 구상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군사적으로도 일본은 플루토늄 반입으로 핵강국의 잠재력을 과시하고,공중급유기 도입검토 등 군사전략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엄청난 피해자의 입장에 섰던 우리로서는 일본이 「과거청산」없이 지역리더로 복귀하겠다는 야심을 지지할 수 없다.
일본의 새로운 패권주의를 경계하는 이 지역국가들의 의혹을 푸는 것이 선결과제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