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일요일 저녁 미국민들은 TV를 통해 두가지 불꽃놀이를 볼 수 있었다. 하나는 클린턴 대통령의 취임전 행사중의 하나인 워싱턴 포토맥 강변에서의 폭죽놀이 실황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저녁뉴스의 톱으로 보도된 이날 낮의 이라크 2차공습 상황이었다.이날 낮부터 시작된 새 대통령의 취임 축제분위기에 취한 미국인들은 이제는 더이상 후세인의 망령을 잊고 기쁜 일만 생각하면서 잠을 청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는 또 빗나갔다.
미국인들은 곤히 잠에 취해있을 18일 새벽 1시반부터 미국은 전폭기를 동원,이라크에 3시간여의 맹폭을 가하고 있었다.
이에 앞선 일요일밤 이라크의 바그다드에서는 2차공습 직후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TV에 나와 『미군들은 2년만에 또다시 돌아왔으나 지난번과 같이 완전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이날 낮 바그다드 시내에서는 2만명의 시민들이 「살인자 부시」 「미국에 저주를」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걸프전 발발 2주년에 대한 항의시위를 벌였다.
부시 대통령이 이러한 때 1차공습 때와는 달리 국경부근이 아닌 수도 바그다드에 미사일과 전폭기로 무차별 공격을 하리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가 퇴임 4일을 앞두고 짐정리를 해야 할 바쁜 시간에 설마 또다시 모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상식적인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세계의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힘을 한껏 과시했고 세계를 향해 미국의 가공할 힘과 결단력을 시위했다.
1차공습 때까지는 명분쌓기를 계속했던 미국이 2차공습 때 호텔에 미사일이 떨어져 민간인이 사망한 것에 대해 미국 언론들조차 합법성과 정당성을 비난할 정도였다. 그러나 부시는 전폭기를 동원,이러한 잔소리를 봉쇄했다.
부시 대통령은 후임자인 클린턴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를 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세계 최강국 미국이라 하더라도 정당성없이 힘을 사용할 경우에는 존슨,닉슨 때의 호치민이나 레이건 때의 카다피,자신에게는 후세인처럼 거머리같은 도전자를 응징하기가 어렵다는 충고를 아울러 클린턴에게 고별선물로 남겨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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