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패인 「온건노선」 채택 때문/「범민주 단일후보」 전략적 오류/차기정권은 「권력의 정당성」 부여받아지난 14대 대선은 계급성보다는 지역성에 의존한 투표성향이 당락을 좌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하대 정영태교수(정외과)는 지난 12일 하오 서울 연세대 장기원기념관에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공동의장 장임원 중앙대 교수) 주최로 열린 「제14대 대통령선거 평가와 민주화운동의 방향모색」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이번 대선에서 자본가의 경우 정주영후보를,신중간계급은 김영삼후보를,구중간계급은 김대중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조금 나타나긴 했으나 「계급투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밝히고 『오히려 지역성이 가장 주요한 변수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학생·교수 등 3백여명이 참석한 세미나에서 정 교수는 또 『민주당 김대중후보의 패인은 김 후보 개인의 차원이라기 보다 90년대들어 개혁보다는 온건노선을 선택한 민주당의 근본적 한계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하고 『민주당이 호남지역에 주요 지지기반을 두고 있는 한 김대중씨의 정계은퇴에도 불구하고 지역당적 성격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4대 대선에서 민중민주운동 진영의 대응에 대한 평가」를 주제로 발표한 전남대 손호철교수(정치학)는 『전국연합이 채택한 범민주 단일후보 전술이 분열보다는 단결의 모습을 보여준 점,국민회의와 같은 지역조직 구심체를 마련한 점 등 몇가지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손 교수는 『민주당과의 정책연합에서 일방적으로 민주당 정책을 수용한 「민중종속적 민주대연합」 성격이 강했다』고 평가하고 『김대중후보가 나서는 한 지역갈등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한국정치의 현실임을 감안할 때 애당초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범민주 단일후보 전술은 문제가 있는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대선이후 민주화운동의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발표한 경남대 임영일교수(사회학)는 『민주당을 비롯한 제도권 정당과 독자후보 노선을 취한 민민운동 세력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정치세력이 참가,파워게임을 벌였으므로 차기정권은 과거 어느 때보다 권력의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손 교수는 또 『이번 선거로 절차적 민주화의 첫 단계가 일단락된 만큼 새 정권을 더이상 비민주,반민주의 전통적 권위주의 정권으로 규정하기 곤란하다』고 전제하고 『민중 민주세력은 근본적인 반성과 발상의 전환을 통해 민주화의 형식과 제도를 다음단계로 전진시켜 나가고 내용을 채워나가는 등 실질적인 민주화작업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종합토론에 나선 황인성 전국연합 정책위원장은 범민주 단일후보론에 대한 주제 발표자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을 민주대 반민주 구도로 본 전국연합의 방향과 기조는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며 『단지 개혁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유권자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한 실천과정에서 잘못이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선진 진보정당 추진위 대외협력위원장은 『전국연합의 범민주 단일후보의 성과를 낮추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고 진보세력의 분열에도 한몫을 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회는 전국연합측과 진보정당 추진위간에 팽팽한 이견을 보였으나 민중민주세력의 대단결이 절실하다는데는 견해를 같이했다.<이진동기자>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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