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조직개편등 「체제수술」 시도/집단지도제 도입… 공당화로 박차신년들어 계속적인 내우외환에 시달려온 국민당의 정주영대표 소환조사와 출국을 계기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정 대표의 잇단 실책과 검찰의 예외없는 수사,그리고 김영삼 차기 대통령을 비롯한 민자당측의 강경한 태도 사이에서 대선패배에 따른 침체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던 국민당은 정 대표에 대한 검찰조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일단 국면전환을 위한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됐다.
국민당은 지난 16일 출국한 정 대표의 여행기간동안 대선후 체제정비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과 조직강화 등을 위한 준비작업을 해가면서 재기의 토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측은 특히 정 대표가 해외여행을 통해 대선패배의 충격을 씻고 향후 국민당의 진로에 대한 종합적인 방안을 구상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당은 실제 새한국당과의 합당 무효선언과 곧 이은 50억원 제공설,또한 김동길 최고위원의 사퇴 및 정 대표의 정치발전기금 2천억원 조성 포기선언 등 잇단 「악재」로 대국민이미지 실추는 물론 내부로부터 흔들리는 곤경에 처했었다.
여기에 정 대표의 출국기도라는 최악의 「자충수」까지 겹쳐 그야말로 파국을 향하는듯한 양상까지를 보이기도 했다. 물론 이같은 내부 균열현상은 대선패배의 충격과 정부 및 민자당의 국민당에 대한 강경한 입장에 영향받은 측면이 적지않다.
그러나 정 대표 소환과 출국금지로 이어진 이른바 「소환정국」은 국민당을 내부적으로 결속시키는 효과를 가져왔고 그동안 누적된 당내 문제를 일시에 잠재우는 역할을 한 측면도 있다.
당내 인사들은 정 대표의 잇단 실책에 연민과 함께 반발감을 동시에 표출해왔으나 「소환정국」의 소용돌이속에서 『당이 와해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내부현안에 대한 문제제기를 일단 자제하고 있다.
이처럼 당내 파동이 수습단계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당내의 갈등요인이 완전히 해소됐다고는 보기 어렵다. 각종 현안들이 해결됐다기 보다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일시적으로 덮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민당 관계자들은 정 대표의 소환조사에 대해 『속이 시원하다』며 한숨을 돌리고 있으나 정 대표 사법처리문제는 매듭된 것이 아니라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정 대표가 기소될 경우 정 대표의 국회의원 신분에 대한 문제를 비롯,국민당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또 한차례의 정치적 시련을 겪어야 한다.
대선이후 국민당에 대해 취한 정부와 민자당의 태도에 비춰볼때 이 문제가 국민당의 희망처럼 쉽게 풀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국민당 관계자들이 『정 대표가 기소될 경우 피나는 법적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하는데서도 볼 수 있듯이 국민당은 여권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외부적 요인과는 별개로 국민당은 산적한 내부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국민당은 대선이전 정주영후보의 선거운동을 위한 전위조직의 모습에서 탈피해 완벽한 「공당」의 형태를 갖춰나가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이 정 대표 개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굴러갈 수 있는 자생력을 확보해야 한다는게 당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동안 국민당내에서는 국민적 지지기반의 확보,정 대표로부터 재정독립을 위한 기금설립,당의 민주적 운영 등이 구체적인 자생력 확보방안으로 지적돼왔다.
이 가운데 「공당화」의 물적 기반으로 제기되어온 기금조성 문제는 정 대표의 포기선언으로 일단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금문제는 향후 국민당내에서 다시 한번 분란의 소지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당분간 정 대표 호주머니에서 그때 그때 자금을 조달하는 기존 방식으로 절충될 공산이 크다.
반면 국민당은 김동길 최고위원이 강하게 제기하고 있는 최고위원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함으로써 지도체제 개편을 통한 「공당화」 노력에 치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최고위원 수를 대폭 축소하고 4월 전당대회에서 자유경선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기존의 정 대표 1인체제를 불식시키는 한편 형식적인 집단지도체제 또한 지양하게 될 것이라고 국민당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와함께 국민당은 여당에 가까웠던 기존의 당색깔을 분명한 야당성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은 이밖에 창당 때부터의 「개국공신」과 대선직전 합류한 「영입파」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이같은 현안들은 정 대표의 거취표명 및 당운영 구상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국민당의 향후 진로는 정 대표가 「해외구상」을 마치고 귀국한후인 2월초께 보다 분명한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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