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인수에 있어 미국처럼 엄격하고 유별난 나라도 드물다. 5백∼7백명의 정치인 전직 고위관리 학자 법조인 행정요원 등 정권인수반이 분야별로 나뉘어 현 정부의 국정수행 내용과 예산 집행상황 등을 점검하고 요직인선을 건의하며 또 새 정부의 주요시책 계획을 작성한다. ◆2차 대전후 역대 미 대통령당선자들의 정권인수 스타일에 있어 지미 카터와 로널드 레이건은 크게 대조를 이뤘다. 카터는 당선되자 향리인 조지아주 프레인즈에 머물면서 정권인수반을 직접 지휘,모든 대소문제를 일일이 간여하고 결정하면서 수시로 기자회견을 열어 진행상황을 알렸다. ◆반면 레이건은 캘리포니아주지사때 검찰총장을 지낸 심복인 에드윈 미즈를 반장에 임명한뒤 업무인수와 일반적 요직인선 및 새 주요시책 작성을 인수반과 측근에게 위임하고 자신은 기자들은 물론 외부인사와의 면담을 사양한채 LA 교외 사저에서 부인과 휴식을 취했다. 때문에 기자들은 『레이건이 국무장관 등 핵심요직에 누구를 임명하려는지 짐작도 할 수 없다』고 짜증을 내기도 했는데 어쨌든 일부 각료들은 취임직전 전체 상견례 모임서 비로서 레이건과 악수를 나눌 정도였다. ◆한마디로 레이건은 인수업무 계획수립 등은 모두 인수반에 넘기고 핵심요직 인선만을 극비리에 해치운 것. 레이건 인수팀은 역대 정권인수에 있어 지금도 가장 완벽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번 빌 클린턴은 카터 스타일을 철저히 모방했다. 고향인 아칸소주도 리틀록에서 인수반을 직접 지휘하며 집권준비를 하나하나 해온 것이다. ◆평화적 정권교체의 관례가 거의 없는 우리의 경우 이상적인 정권인수 방법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있게 얘기하기 어렵다. 다만 김영삼 차기 대통령이 당선된뒤 지금까지의 인수관계 움직임을 보면 카터와 레이건 스타일의 혼합형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모든 요직의 인선구상을 자신이 전담키로 한 것은 레이건과 흡사하다. 이달말께는 국무총리,안기부장,청와대 비서실장의 윤곽을 선보여야 한다는 얘기가 높다. 어떤 인물들을 골라 국민의 공감을 얻게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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