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맹목적인 학력주의와 그로인해 생겨난 비틀리고 과열된 고학력 풍조가 진정되려는 청신호일까. 아니면 대졸취업난을 피해 보다 취업이 잘되는 전문대로 몰리려는 일시적인 현상일까.아직은 낙관이나 속단을 하기에는 빠르지만 엄청난 변화의 조짐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우리는 기왕이면 그 「변화의 조짐」이 교육만병의 근원인 과대한 4년제 대학 진학열기를 해소하는 일대 전환점이 됐으면 하는 희망까지를 걸어보게 되는 것이다.
15일 마감한 후기대학 응시자가 92학년도에 비해 3만3천9백여명이나 줄어들어(후기 총응시자 23만8천4백명) 5년만에 4대 1 이하(3.98대 1)로 떨어졌다는 현상이 바로 그 「변화의 조짐」이다. 지난번 전기대학의 지원율(64.08%)이 92학년도의 68.6% 보다 4% 포인트 이상 줄고 응시자 또한 92학년도(64만1천명) 보다 4만1천4백명 이상이 적은 59만8천명선으로 줄었을 때만해도 원인이 분명치 않은 이변으로 밖에 볼 수 없었다.
숫적으로나 여건으로만 본다면 이번 전·후기 4년제 대학의 응시율과 지원자수는 그 어느 해보다 상승했어야 할 상황이다. 대학을 가겠다고 체력검사를 받은 진학희망자는 92학년도(93만1천명) 보다 3천명 이상이 많은 93만4천명이었다. 또 학력고사에 의한 대학입시가 이번으로 끝나고 94학년도부터는 수학능력시험과 대학 본고사가 부활됨으로 해서 재수불리 심리까지 겹쳐 수험생들이 전·후기대에 우선 응시하고 보자는 풍조가 일 것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을 뒤엎고 전·후기대 모두가 최근 5년간의 어느 해보다 응시율이 낮은 변화로 나타난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과다한 4년제 대학 진학열이 해소라는 고대했던 청신호인가를 확인하려면 오는 2월10일 원서를 마감할 1백26개 전문대학(모집정원 17만4천3백30명·시험 2월19일)의 지원결과를 봐야한다. 더 정확히는 전문대의 합격자 발표가 나고 4년제대학 입학자 22만3천2백명과 전문대 합격자 17만4천명 등 고등교육기관 합격자 39만7천명중 고졸예정자와 재수생 비율 등을 분석해봐야 한다.
하지만 전·후기 대학의 지원율 감소는 지난 89년 전기대 지원율 74.3%를 최고로,그후 5년동안 해마다 감소추세를 보여온게 사실이다. 그 반대로 80% 이상 취업율을 보이는 전문대 지원자는 늘어왔다. 또 공고 등 실업계 고교의 합격선이 인문계 고교보다 높아졌으며 지원율 또한 크게 상승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조짐들이야말로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학력주의의 허상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증거랄 수 있다. 왜곡된 고학력 풍조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교육대통령을 공약한 새 정부가 이 나라 교육중병의 핵심적 병인을 치유하는 길을 4년제 대학의 교육기회 확대에서 찾으려한다면 이러한 변화추세를 되돌려 놓겠다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
전문대와 공고 등 실업계 고교쪽으로 전체학생의 60% 정도를 유인해줌으로써 고학력 풍조를 해소해야만 교육난제들을 풀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입시시즌이 끝나는대로 4년제 대학응시자 감소변화추세를 정확히 분석해보고 실현성있는 대책을 세운다면 「대학을 덜 가는 사회」를 만드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으리라고 우리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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