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시장 개방여부 문제는 우리 농촌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단순히 농촌경제에 한정되는 것만이 아니다. 농촌문제가 붕괴되면 농촌이 어떻게 될지 모르게 되고 그럴경우에는 엄청난 정치,사회적인 파문을 몰아오게 된다.쌀시장 개방문제는 이처럼 엄청난 파급영향을 함축하고 있다. 따라서 노태우대통령의 6공정부는 쌀시장 개방문제에 「절대불가」의 입장을 세우고 지금까지 이를 견지해왔다. 지난 12·18 대통령선거 시기에는 김영삼 차기 대통령 등 3당 후보들이 모두 한결같이 「절대불가」를 합창했다. 그런데 김 차기 대통령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민자당과 일부 정부관리들 사이에서 현 행정부가 「쌀시장 개방」에 관해 단안을 내려,차기정부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어 당혹케한다.
민자당의 기관지 「민주자유보」는 15일자 신문의 「우리모두 신한국 건설의 주역이 되자」는 1면 머리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사려깊은 사람들이 있다면 UR(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따른 쌀개방 문제라든지,핵폐기물 처리장 문제같은 골치아픈 현안을 새 정부에 부담으로 넘겨주지 않고 단안을 내려야 한다』
민자당은 뒤늦게 이 주장을 『당론이 아니다』고 발뺌했다. 또한 민자당의 이 기사가 나오기 이전에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정부 수석대표인 박주길 제네바주재 대사가 작년 12월30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UR협상이 오는 2월말까지는 타결될 전망이며 이제 한국도 쌀시장 개방문제와 관련,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와같은 입장을 구랍 31일 김 차기 대통령을 방문해 전했다고 한다.
쌀시장 개방문제에서 우리는 「절대불가」에도 문제가 있고 「개방가」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느쪽을 선택하든 힘겨운 난제들이다. 그래서 정치적으로는 무척이나 「뜨거운 감자」다. 김 차기 대통령측에서 물러가는 정권이 처리해줬으면 하는 생각을 갖는 것도 어찌보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소아적인 정권이기적 발상이나 오류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쌀시장 개방문제 같은 중요현안은 첫째 책임회피의 문제가 아니다. 새로 국민수권을 얻은 김 차기 대통령이 해결할 문제다.
둘째 「6공단안」은 수입개방을 시사하는 것인데 현재 개방에 대해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무방비상태이다. 또한 기존의 협상전략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이미 공론화한 사실 자체가 「개방불가」의 협상전략에 상당한 차질을 주게 될지 모르겠다.
셋째 「절대불가」가 영원히,완전히 문을 닫겠다는 것이 아니고 현재로는 개방불가이나 단계적으로 우리 여건에 맞게 개방하겠다는 것이므로 개방시기·속도·폭을 놓고 협상할 여지는 있는 것이다.
넷째 쌀수입 개방여부 문제는 개방되든 안되든 안팎의 상황과 그 대책에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한 문제이니 만큼 정부가 섣불리 전략을 바꿀 문제가 아니다.
개방태세가 돼있지 않은 현재로는 쌀시장 개방의 「절대불가」는 밀고 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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