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왜 응징않나” 형평성 제기/“비행금지구역·공습 적법성 없다” 반박/아랍 지식인 “회교 극단주의 부추겨 중동안정 위협”『이라크에 대한 공습을 응징이라고 말하지 말라』
다국적군의 이라크 공습이 있은후 아랍권 국가들에는 이같은 냉소적인 분노가 팽배해 있다. 친이라크국가인 요르단은 물론이고 이집트 모로코 바레인 등 중립적 국가들도 지난 걸프전 때와는 달리 「미국은 선,이라크는 악」이라는 등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단정적으로 말한다면 쿠웨이트만이 공습을 적극적으로 환영했을 뿐이다.
이라크 공습에 대한 아랍권의 분노는 제이드 쉐이커 요르단 총리의 말에 압축돼있다. 쉐이커 총리는 『미국은 대이라크 공격이 유엔결의안에 기초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백번 양보해 이 주장이 타당하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왜 이스라엘이 유엔결의를 위반하는 것은 응징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서방측이 원칙이 아닌 친소관계에 따라 유엔결의안을 선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논리다.
아랍권이 물고 늘어지는 이스라엘에 대한 유엔결의안은 67년 3차 중동전후 발효된 242호,73년 4차 중동전후 채택된 318호이다. 이들 결의안은 전쟁중지,평화정착을 위한 교섭전개,점령지 철수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3차 중동전때 점령한 골란고원·요르단강 서안·동예루살렘을 여전히 장악,사실상 유엔결의안을 위반하고 있다. 때문에 아랍권의 눈에는 서방국가들이 이스라엘의 위반은 눈감아주고 이라크만을 두드리는 「이중잣대」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
더욱이 지난 연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강경파와 연계됐다는 이유로 팔레스타인 주민 4백15명을 강제 추방한데 대해 아랍권은 분노를 넘어 좌절감마저 느끼고 있다. 최근 아랍국가들은 유엔안보리에 『추방된 팔레스타인 주민을 원상회복시킬 것을 이스라엘에 강제해야 한다』며 결의안 채택을 거듭 요청했으나 미국의 반대표명으로 상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1월 카이로에서 열린 아랍연맹 회의가 유엔이 이라크에 하듯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주민의 복귀」를 강제하라고 촉구했으나 별반응을 얻지 못했다.
이스라엘과 형평성 뿐만 아니라 보스니아문제도 아랍권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보스니아사태의 양상은 세르비아인들이 보스니아의 회교도를 고문,강간,추방,살육하는 「인종청소」로 요약할 수 있다. 아랍권은 『만약 회교도가 세르비아인들을 청소하고 있다면 서방이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아랍권의 온건 지식인층은 『서방의 편차가 회교 극단주의를 부추겨 장기적으로는 중동의 안정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집트의 극단주의 단체인 회교형제당은 『더이상 서방에 환상을 가지지 말라. 서방이 말하는 중동안정은 자신들의 이익을 안전하게 확보하자는 말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반적인 기류가 심상치 않지만 대대적인 반미시위나 테러가 당장 표출될 것 같지는 않다. 2년전 걸프전 때 요르단 이집트 알제리 튀니지 등에서 정부입장과는 별개로 이라크를 지지하는 시위가 잇따랐지만,이번 공습후에는 이상하리만큼 잠잠하다. 반미·반서방 감정이 걸프전 때보다 훨씬 광범위한데도 표출되지 않는 이유는 충격과 좌절감 무력감이 아랍권을 휩쓸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아랍권은 타국가와의 형평성외에도 비행금지구역 및 공습의 적법성을 문제삼고 있다. 우선 지난해 8월 미·영·프랑스·러시아가 북위 32도 이남의 이라크 남부에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이 적법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등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91년 2월 걸프전 종전후 채택된 결의안 687호와 그해 4월 발효된 688호에 기인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두 결의안은 ▲이라크내 화학무기·핵무기시설·사정거리 1백50㎞ 이상의 미사일체제 파괴 ▲이라크 석유차압을 통한 정책보상 ▲이라크 국민에 대한 압제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등 아랍국들은 『결의안 내용중 국민압제금지가 자의적인 해석을 가능케한다』며 무효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기반을 둔 공습 역시 적법하지 않다는게 아랍권의 논리다. 아울러 유엔이 지난해 10월 보스니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세르비아 군용기의 비행을 금지시켰으나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군사조치 사용 결의안은 채택하지 않은 점도 아랍을 자극하고 있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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