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는 참으로 미묘하다. 역사에서나 현실에서나 굴곡이 심하다. 가깝고도 먼나라라는 낡은 인식에 좀체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가까운듯하다가 미워지고 미운듯하다가 가까워지기도 하니 흐름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해방과 종전으로부터 반세기이므로 웬만큼 앙금은 걷혔을 듯하지만 실제는 그렇지가 못하다. 이해와 논리보다 서로 감정의 지배를 더 받기 때문일 것 같다. ◆요즘 일본인들은 한일관계의 어제와 오늘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이에 대한 본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처음 밝혀진 것은 그런대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식민통치간의 죄과는 대체로 인정하고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 가량이 「일본인은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분명히 알아야 하고 역사교과서를 고쳐써야 한다」는데 찬성한다. 정신대 문제는 안다는 의견이 약간 많은 반면 「모른다,알고 싶지않다」도 상당수에 이른다. ◆한일관계에 대한 일본 교과서의 왜곡은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근본적으로 올바른 역사인식을 확립하려는 자세부터 되어 있지가 않다. 여기에 대해 화풀이식이나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실효가 없다. 우리 자신이 이젠 감정의 차원을 넘어 논리적인 설득에 적극적일 수 밖에 없다. 감정의 대응은 감정의 반응만 촉발하기 때문이다. ◆일본 교과서의 왜곡을 시정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나,우리 스스로가 식민지시대의 고통과 잔혹상을 강하게 표현할 필요가 더 절실하다. 식민통치의 실상을 통절하게 고발하는 명작으로 꼽힐 문학작품이 과연 있으며,있으면 얼마나 되는지 자문하게 된다. 정치와 외교로 효과가 없다면 창조적인 문화공세로 대응하는게 현명하다. ◆실제로 일본은 과거의 문화적 영향을 부인하지 않는다. 도자기 불교경전 유교사상 금속공예 문자 등을 통해 한국이 일본에 이식되었다. 여기에 함축된 역사의 의지를 오늘에 적용해 활용할만 한다. 한일관계에서 문화적 대응이 부각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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