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강수일변도 탈피 유화가능성/클린턴의 대이라크 정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강수일변도 탈피 유화가능성/클린턴의 대이라크 정책

입력
1993.01.16 00:00
0 0

◎“부시대 후세인 감정싸움” 부담/연성대응 필요성 절감/“유엔요구 준수” 못박아오는 20일 취임예정인 클린턴 차기 미 대통령은 과연 전임자와 대이라크 강경외교노선을 계속 견지할 것인가. 그는 부시 대통령이 퇴임 1주일전 공습명령을 내려 본격화된 이라크 사태를 어떻게든 추스려야할 입장이다. 또한 후세인 처리문제는 클린턴의 취약점으로 지적돼온 외교적 수완을 가늠할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도 비상한 관심거리이다.

이번 이라크 사태에 관해서는 클린턴은 외견상 부시의 강경대응을 원칙적으로 지지하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신세대인 클린턴이 냉전종식이후 단일 슈퍼파워 국가로서 「힘」을 바탕으로 한 미 외교정책기조를 그대로 승계하면서도 이라크와 같은 지역패권국가에 대해선 「연성대응」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클린턴 정권인수위 등 민주당 진영에선 이번 이라크 사태가 「부시대 후세인」의 개인적 감정에서 촉발됐다는데 적잖은 부담을 느껴왔다. 이는 부시와 후세인이 서로 상대방을 「젊잖지 못한 녀석」 「악마」 등으로 부르는데서도 잘 나타난다.

또 클린턴측은 적극적이면서도 공격적이라는 평을 받았던 지난 12년간의 공화당 외교노선에 대해서도 일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태도 86년 리비아 폭격사건을 야기시킨 「레이건대 카다피」의 감정싸움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심지어 『2만명의 사상자를 내고 있는 유고사태는 제쳐두고 이라크 땅에 제멋대로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후세인을 공격하는 것은 정당치 못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클린턴은 지난해 대선유세 때부터 이라크,리비아 등에 대한 미국의 외교에 있어서 공화당 정권과의 차별성을 부각시켜온게 사실이다. 『후세인은 잘만 해주면 되로주고 말로 받을 수 있는 사람』(시애틀 기자회견) 『현 행정부의 정책노선을 지지하지만 후세인 같은 독재자를 다룰 때는 강경책만이 능사가 아니다』(타임지와의 인터뷰) 등 그의 발언은 이라크측에선 매우 고무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이라크가 미국의 정권교체기에 「치고 빠지기(Hit and Run)」 「속이고 내빼기(Cheat and Retreat)」 전법으로 약을 올린 것도 퇴임하는 부시를 겨냥했다기 보다는 다가올 클린턴 정권에 모종의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즉 클린턴에게 「우리는 성가신 존재니 괜히 건드리지 말아라」는 메시지를 클린턴에게 보내 미국의 대응을 떠봤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부시에 대한 후세인의 감정,국제적 여론 등 외생변수들과 전략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게 사실이다.

이라크의 이러한 계산이 이번에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었는지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클린턴이 부시와는 확연히 다른 외교노선을 택할 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라크에 대한 클린턴의 저강도 외교구상은 14일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보다 확연히 드러났다. 『나는 그 사람(후세인)에 집착하지 않겠다. 후세인은 유엔 요구만 준수하면 된다』며 미­이라크 관계정상화까지 암시한 대목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타임스는 이를 놓고 클린턴이 후세인에게 『평화의 올리브 가지를 흔들었다』고 보도했을 정도였다. 니자르 함둔 유엔주재 이라크 대사도 『미국과 이라크가 마주 앉아 대화할 수 있다는 긍정적 청신호』라고까지 평가해 워런 크리스토퍼 차기 국무장관은 부시 대통령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해명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차기 미 정권이 결코 힘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 외교노선에서 급작스런 궤도수정을 하지 않으리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클린턴이 표방한 외교노선은 민주당 출신답지않게 보수주의 색채가 강하며 고립주의를 택하지도 않는다. 바꿔말해 강·온 전략을 적절히 가미하며 이라크 리비아 등 제3세계국가를 길들이려는 「신 보수주의 외교노선」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일정기간동안 클린턴은 부시의 외교정책을 따르면서 국내외적인 혼란을 막기위해서라도 돌출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을 전망이다.

더불어 클린턴은 유엔결의안 등 국제사회의 확고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국지적인 분쟁에만 개입한다는 원칙을 나름대로 설정해놓은 듯하다. 클린턴이 이라크에 『유엔 요구사항만 준수하라』고 촉구한 것도 이러한 배경이다.

클린턴이 이라크 등에 대해 향후 어떠한 외교정책을 구사할지는 아직도 명확치 않다. 하지만 클린턴 정권은 경제적인 동인을 이용하여 후세인이나 카다피같은 독재자들을 고립상태에서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다는게 민주당 정책분석가들의 견해이다. 이라크는 걸프전 이전까지만 해도 곡물과 자동차,기계류 등의 수입을 거의 미국에 의존해왔을 정도로 밀착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라크의 정계는 지난 2년간 국제사회의 무역금지조치로 피폐될대로 피폐돼 클린턴의 정책향방에 따라 유화적인 대미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클린턴은 겉으로는 부시의 이라크 공습을 지지하면서도 내심으로는 20일 취임전까지 이라크에 대한 재공습으로 사태가 더이상 악화되는 상황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이상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