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저녁(한국시간 14일 새벽) 다국적군 전폭기들의 이라크 공습은 엄격한 「제한공격」이었다.미국을 주축으로 영국·프랑스가 참가한 이 공습작전에는 모두 1백10대의 전폭기가 동원됐던 만큼,정전협정을 지키려는 서방측의 단호한 의지를 과시하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국적군의 작전중 손실은 전혀 없었고,이라크측은 19명이 죽어 인명손실이 크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양쪽 모두 미리 치밀하게 짜여진 작전계획에 따라,정밀기계처럼 전투를 수행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정확하게 말해서 전쟁이라기 보다는 고도의 정치적 전투였다는 인상이다.
그 결과는 이라크 남부 비행금지구역을 겨냥해서 이라크가 배치한 대공미사일과 레이더 등 방공시설의 파괴였다. 이로써 서방측은 정전협정을 수호하고,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어떤 도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못박았다. 그것이 워싱턴의 정권교체를 1주일을 앞두고 감행됐던 것으로 봐 과거 어떤 국제적 행동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후세인에게 전달한 것이다.
문제는 다국적군으로 대표되는 유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라크의 독재자 후세인이다. 그는 이번에 치밀한 도발작전에 비행금지선의 방공시설을 체제유지용의 제물로 바쳤다. 그는 서방측의 압도적인 군사력 앞에 쓸모없는 대공미사일을 바친 대신 「제2성전」이라는 체제강화용의 채찍을 휘두르게 됐다.
그는 안에서 「제2성전」을 외치면서 밖으로 유엔항공기의 이라크 착륙을 허용하고 쿠웨이트 접경 비무장지대에 대한 침입중단을 유엔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련의 움직으로 볼때 후세인의 도전은 국내 체제유지를 위한 전쟁놀음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엄격하게 제한된 공중폭격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하는 물음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번 다국적군의 공습은 비행금지구역에 도전하는 이라크의 대공방위망을 파괴하는 목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애초에 이라크의 대공미사일이 후세인의 정치적 제물이었다면 후세인의 정치적 각본을 충족시켜준 꼴이 된다.
유엔은 단순한 무력대응 뿐만 아니라,보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이라크의 민주화와 개방화를 유도하는 정치적 목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자칫 무력대응이 되풀이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보다 큰 전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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