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라크 도발 알고도 방치… 무력응징 명분 축적제2의 걸프전은 과연 일어날 것인가.
13일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이라크공습 결정을 기정 사실화하는 보도가 잇달아 터져 나오면서 지난달 27일 이라크기 격추사건이후 페만 해역을 감싸고 있던 전쟁의 예후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라크는 13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경고를 무시한채 쿠웨이트 북부지역을 연 나흘째 월경침입했고 철수시켰던 지대공미사일 포대를 비행금지구역내로 다시 전진 배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보리 4국은 이라크가 유엔과의 대결입장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사전경고 없이 응징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해왔다.
유엔안보리는 또 쿠웨이트 영내로부터 탈취해간 무기반환 문제를 포함,긴장완화를 위한 논의를 갖자는 이라크의 제의를 일축했다. 더이상의 말싸움은 무의미하다는 것이 서방의 결론이다.
이에 맞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강경파 국방장관에 특명을 하달,전쟁준비를 독려하고 있다.
이라크 언론들은 알리 하산 알 마지드 국방장관이 군부대를 시찰,「성전」 결의를 붇돋우고 있으며 군인과 일반주민 모두 미국의 어떤 침략에도 대응할 준비가 돼있다고 큰 소리치고 있다.
이라크는 13일 회담이 거부되자 즉각 4번째로 쿠웨이트 국경을 침범해 미국을 도발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서방의 무력응징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지는 13일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미 이라크를 공습할 결심을 굳힌 상태라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방아쇠를 당기는 시간이 언제인가만이 남아있다』고 못박았다.
ABC방송은 12일 저녁뉴스에서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미 영 불 등 다국적군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ABC방송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에 주둔하고 있는 미 공군기와 페만 해역에 배치된 항공모함 키티 호크에서 총 2백여대의 전투기가 발진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공격결심은 그간 어느정도 예견됐었다. 미국은 4차례에 걸친 이라크의 쿠웨이트 국경침범을 사전에 충분히 감지할 능력이 있었는데도 아무런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걸프전이후 인공위성을 통해 완벽한 감시망을 가동해온 미국이 이라크의 「도발」을 포착하고도 그냥 내버려둔 것은 응징의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서였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이라크 공습의 1차 목표는 이라크 남북부의 「비행금지구역」 인근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대공포대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들 대공포대에 1차 공습을 가한뒤 사태의 추이를 보아가며 공습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가능한한 전면전은 회피하려 할 것이란 견해도 유력하다. 「전면전 불가론」의 가장 큰 근거는 지난 걸프전에서 이미 입증됐듯 서방의 어떤 군사보복도 후세인을 제거하지 못할 것이라는데 있다.
설사 전면전이 벌어지더라도 후세인이 현재 구축해놓은 권력체제에 결정적인 손상을 가할 수 없기 때문에 걸프전 때에 비해 결속력이 현저히 약해진 서방으로서는 실익없는 전쟁을 벌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함께 이라크가 서방의 공격이 시작되면 팔레스타인 난민을 추방한 이스라엘을 향해 확전의 포문을 열어 아랍 강경파들의 동조를 얻을 경우 최악의 사태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전면전 불가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홍희곤기자>홍희곤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