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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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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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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취임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김영삼 차기 대통령과 그 주변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대목이 더러 눈에 띈다. 최근의 예로는 대통령취임식이 있는 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축하 시가행진을 하자는 것이었다. 김 차기 대통령은 그런 건의가 나오기를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한마디로 묵살해버리고 말았다. ◆참모들은 그런 인기없는 건의를 올리고 김 차기 대통령은 무슨 소리냐고 호통을 치는 식으로 미리 짜기라도 한 것인가. 그 광경을 유심히 지켜본 사람들중에는 이런 엉뚱한 의혹을 품는 사람도 있었다. 설마 그런 식으로 서로 짜고 했을리야 있겠는가. 그렇다면 측근 참모들이 윗사람의 용단을 빛내주기 위해 일부러 바보노릇을 했단 말인가. ◆그럴리도 만무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 의혹이 자꾸 생기는 것은 웬일일까. 건의내용이 일반적인 상식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쪽을 생각하기보다는 윗사람의 기분을 먼저 고려한데서 나온 발상이다. 권위주의와 관료주의 출세주의에 젖은 사고방식의 산물이다. ◆그런식의 사고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관변단체 주도로 국민의식 개혁운동을 벌이자는 정책구상도 케케묵어 냄새가 나는 구식 사고방식이다. 일찍이 나왔다가 쑥 들어가버린 안가 집무 아이디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발상은 국민들이 사랑하는 「우리 대통령」 만들기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그런 점에서 한국병을 고치겠다는 의사의 태도가 아니라 한국병을 잃고 있는 환자들이 아닌가 의심된다. 권위주의 관료주의 출세주의에 얽매인 구태의연한 사람들로는 신한국을 건설할 수 없다. 그들에게서는 원천적으로 개혁의지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민시대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류가 바로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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