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범 어물쩍 못넘긴다”/민자/“야길들이기” 반발… 공세강화/민주/“정치적 수사” 정면돌파 태세/국민정주영 국민당 대표의 소환문제가 대선후 정국을 여야간 대립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민자당은 법적용의 원칙성을 들어 검찰의 소환결정을 지지,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으나 국민당은 수사의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는한 소환에 응할 수 없다면서 정면돌파 태세를 굳히고 있다.
그런가하면 민주당은 정 대표 소환결정에 새 정부의 정국운용 기조가 깔려있다고 보고 국민당에 대한 지원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민자◁
민자당은 13일 정 대표 소환에 대해 『당연한 사법적 처리수준』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고수,「정치적 고려불가」라는 완강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특히 민주·국민당측이 소환문제를 「야당탄압」내지는 「정치보복」으로 몰고가 정치쟁점화하려는데 대해서도 『대꾸할 가치조차 없는 상식밖의 발상』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민자당이 이처럼 강경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무엇보다 김영삼 차기 대통령의 「쇄신의지」가 소환결정의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당내의 일치된 견해이다. 더욱이 현대비자금 문제는 단순한 선거사범이 아니라 「경제사범」을 다스리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게 민자당의 시각이다.
김영구 사무총장은 『우리당 소속의원도 검찰소환에 순순히 응하고 있다』면서 『당대표라면 그같은 위상에 걸맞는 언행이 뒤따라야 하는데 무책임하게 아무렇게나 얘기해놓고 이제와서 야당탄압 운운하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희태대변인도 『정 대표의 혐의사실은 중대하고 국민적 의혹이 강한 사안인 만큼 철저하게 규명돼야 한다』며 『특히 기업자금을 「횡령」,정치자금으로 썼다는 것은 선거사범이 아니라 형사범의 성격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자당은 따라서 정 대표가 소환에 불응한다면 조속히 구인절차를 밟아서라도 현대비자금 문제에 대한 사법처리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민자당으로서는 정 대표에 대한 사법처리 문제에 김 차기 대통령의 「감정」이 나름대로 개입됐을 것이란 일부의 관측에 다소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결국 민자당은 엄정한 법집행과 화합차원의 관용은 명백히 구분돼야 한다는 원칙론을 유지,정 대표 문제를 유야무야식으로 넘길 수 없다는 태도이다.
▷민주◁
민주당은 이날의 당무회의에서 정 대표 소환문제에 대한 입장을 한층 강화시켰다.
당무회의는 당초 전당대회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정 대표 소환문제를 집중 논의한뒤 이를 새 정권의 야당탄압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은 정 대표 소환이 국민당을 노린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새 정부 출범에 앞선 「야당 길들이기」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김상현 최고위원은 『국민들은 문민정치가 전개되면서 마치 요순시대가 열리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한뒤 『이런 분위기를 틈타 치밀한 방법으로 야당에 대한 공안정국이 조성돼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원기 최고위원도 『검찰 수사권이 권력의 눈치를 보며 감정차원에서 운용되고 있다』면서 『민자당의 정원식 선대위원장도 소환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선 우선 내무위와 법사위만이라도 열어 법집행의 형평성 문제를 다뤄나가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기택대표는 『제1야당으로서의 정도를 보여줘야 한다』면서 국회 본회의 소집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에 따라 빠른 시일내에 임시 국회를 소집키로 하고 민자당이 응하지 않으면 국민당과 공조해서 국회소집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국민◁
국민당은 이날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검찰의 정 대표 소환에 대한 대응책을 집중 논의했다.
정 대표가 경주에 체류중이기 때문에 한영수 최고위원 사회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채 『이번 수사는 전형적인 야당탄압』이라며 강경대응의 목소리를 높였다.
회의가 열리고 있는 동안 당사 14층 회의실 건너편 이병규 특보실에서는 검찰수사관 3명이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 특보의 은신여부를 확인하는 등 검찰의 수사가 국민당 심장부에 미치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했다.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검찰 수사의 형평성이 확보되지 않는한 소환에 응해선 안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으며 의원총회 소집과 민주당과의 공조모색 등 다양한 대응방안이 제시됐다.
유수호 최고위원은 『이번 사건은 감정적 보복에 의한 것이므로 구인당하는 한이 있어도 소환에 응해선 안된다』고 못박은뒤 『검찰의 수사태도는 본연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정 대표 소환의 정치적 측면을 강조했다.
박철언 최고위원은 『이번 수사는 국민당의 공당화를 겁낸 여권이 정 대표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한 국민당 고사작전의 일환』이라며 『지금 우리가 유화제스처를 쓴다고 해서 민자당이 우리를 도와줄 것도 아니므로 더이상의 유화자세는 불필요하다』고 「정면돌파」를 주장했다.
김용환 최고위원은 『정부 여당의 국민당에 대한 무한탄압에 대응하기 위해서 민주당과 공조할 필요가 있다』면서 『형평성을 잃은 법집행에는 응할 수 없다』고 말한뒤 즉각 의원총회를 소집하라고 요구했다.
박철언 최고위원 등은 『정 대표가 여러건에 걸려있는데 반해 김 차기 대통령이 직접 고소 고발당한 것은 별로 없다』고 지적한뒤 『민자당이 사용한 천문학적인 정치자금의 출처와 제공자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
국민당은 이같은 강성기류에도 불구하고 결집력이 눈에 띄게 약화돼있어 구인장 발부 등 다음단계에 대비한 「카드」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정병진·정광철기자>정병진·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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