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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인사/은행들 정부 속뜻 몰라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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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인사/은행들 정부 속뜻 몰라 “혼돈”

입력
1993.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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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불개입… 실질방안 함구/주총시기 따라 현 정부­인수위 입김 작용/“먼저 나섰다간 불이익” 눈치살피기 급급현 정부와 새 정부가 이구동성으로 은행의 인사자율화를 강조하고 있으나 1년에 한번 있는 시중은행 정기주총 인사를 눈앞에 두고서도 자율화의 구체적인 가닥이 전혀 잡히지 않고 있다.

자율화의 원칙 천명은 있었으나 실질적인 방법의 제시는 하나도 없어 당사자인 은행들이 속으로 끙끙 앓으면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은행들은 『결국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의 자율화의지가 실제로 무게를 싣고 있는 것이라면 『개입않겠다』는 말만 되풀이해서는 오히려 「결정력의 공백」에 따른 혼돈의 우려가 있을 뿐이며 자율적 선임방식까지는 정부가 나서서 마련해줘야 「불간섭」 의사를 실천하는 셈이 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자율선임기구로 임원 추천위원회를 제시했다. 현 임원 일부와 전임행장,주주대표,공익대표 등 10여명으로 구성되는 임원 추천위가 행장을 포함한 새 임원을 주총에 추천하고 주총이 이를 선임하는 내용이다. 무난한 자율인사기구로 볼 수도 있지만 당장 올해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 주총 개최일에 정관을 바꿔야 이 기구가 활동할 수 있으므로 내년부터나 가능한 일이다. 올해의 주총 인사에 관해선 정부에서 아무런 의사표시가 없다. 금융계는 이에 대해 정부가 역시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하겠다는 속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주총 개최시기를 놓고 『2월이냐,3월이냐』는 논란이 이는데 대해 무의미한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번 논란은 새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은행 주총을 새 정부 출범(2월25일) 이후로 미룰 것을 현 내각에 요청함으로써 발단이 됐다. 통상 2월말께 개최해오던 주총을 굳이 새 정부의 통치기간중에 열 수 있도록 연기 요청한 것은 겉으로는 「은행인사 불간섭」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개입의사를 사실상 명백히 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종전대로 2월에 개최할 경우에도 새 정부 이상으로 현 정부가 마지막 간여를 할 것이라고 금융계는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문제의 초점은 2월이냐,3월이냐가 아니라 새로 선임되는 70여명의 임원 인선에 대한 정부의 불간섭 공식 천명 및 실천이라는 것이다.

○…다소 부차적인 문제이지만 은행들의 자발적인 논의구조도 필요하다. 예년 같으면 이맘때 각 은행의 종합기획부장들이 함께 모여 주총일정을 서로 짜맞추는 회의를 가졌다. 올해엔 은행쪽에서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그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에 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뿐이다. 정부의 속뜻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괜히 먼저 나섰다가 불이익을 뒤집어 쓸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은행들도 합리적이고 제대로 된 자신들의 인사기구를 갖기 위해 공동의 논의작업 등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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