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이 시작되면서 각 부처별로 인수위 보고내용이 요란하다. 12일 하룻동안만도 9개 부처가 저마다 개혁방안을 보고,중기 20∼40% 감세,자동차 주행세 연내 신설,대입정원 3년간 6천명씩 증원,경의·경원선 일부 연내 복구 등 큰 현안들이 실현가능성은 제쳐두고 앞다퉈 거론됐다. ◆그런가하면 대통령당선자의 측근이나 당을 통해 또 여러가지 개혁안이 쉴새없이 흘러나왔다. 새 정권 출범전인데도 잇단 정부기구 개편설이 나와 공직사회에 동요를 일으킨 나머지 당선자의 역정을 샀고 부인성명마저 나온바 있다. 관변단체 통합구상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통해 이루헤아릴 수 없는 공약이 쏟아져 나온 것도 모자라 이제는 인수위 보고를 통해 공약·개혁안의 홍수인 것이다. ◆이러다간 새 정권 출범후에는 과연 어떤 개혁안이 채택되어 실천될 여지가 남아날지 궁금하다. 인수위의 역할이란 새 정권 출범을 조용히 준비하는게 마땅하고,측근이나 여당은 선거 때의 공약을 철저히 재점검하고 인사를 연구하면서 개혁에너지를 안으로 충전시키기에도 남은 1개월여의 기간이 모자라지 않을까 싶다. ◆12년만에 정권을 인수받은 미국 민주당의 클린턴 진영도 우리처럼 요란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데도 그곳 언론은 선거 때 공약한 개혁의지의 퇴색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의 경우 3공·유신·5공·6공에 봉사한 각 시·도 인사를 골고루 망라한 인수위의 인사구성을 놓고 개혁의지의 유보라는 소리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또 인수위 주변에 줄을 대려는 인파마저 몰린다니 정말 듣기 거북하다. ◆맛있는 밥을 지으려면 솥뚜껑을 미리 열어 김을 빼서는 안된다. 설익기 때문이다. 국민이 고대하는 문민정권의 출범준비나 개혁도 맛있는 밥을 짓는 지혜와 무엇이 다를까 생각되는 요즘이 아닌가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