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시장 출범후 각종 통제 사라져/품목별 싼 가격따라 「이동구매 행령」【파리=한기봉특파원】 영국에서 출항한 도버해협 횡단 카페리호가 도착하는 프랑스 동북부 칼레항 부두에는 새해 첫날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북적거렸다. 이날부터 유럽공동체(EC) 단일시장이 출범함에 따라 프랑스산 포도주를 사기 위해 영국인들이 대거 입국했기 때문이다. 돌아가는 이들의 가방과 승용차에는 예상대로 프랑스산 포도주와 맥주가 가득찼다.
영국인들만 프랑스로 몰려온게 아니다.
덴마크인들은 옷과 장난감과 타이어를 사기 위해 네덜란드로,네덜란드인들은 콤팩트디스크와 가전제품을 사기 위해 독일로 쇼핑을 떠났다.
이처럼 EC 단일시장이 공식 출범하자 유럽 국경에 쇼핑객들이 넘치고 있다. 소비자를 위한 각종 잡지는 경쟁적으로 각국의 품목별 가격표를 게재하면서 유럽인들의 구매욕구를 부추기고 있다.
EC 단일시장은 사람과 상품,서비스,자본의 자유로운 역내 이동을 의미한다. 물론 모든 것이 이날을 기해 갑작스럽게 개방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잔존했던 국경에서의 상품이동과 관련한 세관검사와 출입국 통제 등이 일체 사라졌다.
EC 국민들은 다른 회원국에서 얼마든지 물건을 사도 자국 국경에서 부가가치세율의 차이에 따라 필요했던 일부품목에 대한 세관검사를 받지않게 됐다.
예를들어 종전에는 프랑스인이 부가가치세가 프랑스(18.6%)보다 싼 독일(15%)에서 냉장고를 사서 가져올 경우 프랑스 국경에서 프랑스 부가가치세율에 따라 관세를 내야했다. 그러나 이는 구매국가에서 그 나라의 부가가치세율에 따른 물건값을 지불하면 그만이다. 운송부대 비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각국간 세율의 차이를 이용,알뜰 구매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유럽인들의 관심이 큰 자동차의 경우는 아직까지 예외로서 이같은 혜택을 볼 수가 없다.
주류와 담배에 대한 면세한도도 두배이상 높아졌다. 종전에는 면세점에서 담배(20개비들이) 20갑과 포도주 4리터를 살 수 있었으나 지금은 담배 40갑과 90리터의 와인을 살 수 있다.
단일시장의 혜택을 누리기 위한 쇼핑과 유럽의 1월 바겐세일이 겹쳐 파리와 런던,밀라노 등 대도시와 국경도시 등에는 외국 쇼핑객들이 크게 늘어났다. 또한 단일시장의 출범에 따른 국경통제 철폐 등이 심리적인 영향을 끼쳐 쇼핑붐을 조성하고 있다.
파리에는 유명 브랜드를 사려는 외국인들이 몰려 샤넬 핸드백가게는 한명에 3개 이하로 판매를 제한했다고 보도됐다. 파리에서 가장 고급 백화점인 라파예트백화점측은 주고객이 이탈리아와 네덜란드,독일,벨기에인이라고 밝히고 유명의류와 액세서리,향수 등이 많이 팔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EC 집행위는 일부 국경도시 등에 상품가격 비교를 조사하는 창구를 개설,매달 인접국가간의 상품가격 비교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의 국경도시 릴에서 발표된 보고서에 의하면 나이키 운동화의 경우 프랑스는 7백99프랑,영국은 3백81프랑으로 큰 차이가 났다. BMW 오토바이의 경우는 영국이 7만6천프랑,벨기에가 7만1천프랑이었다.
지금까지 조사된 쇼핑객의 흐름을 보면 독일인들은 술을 사기위해 벨기에로,고급의류를 사기위해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간다. 프랑스인은 술과 담배를 구매하기 위해 안도라의 면세점으로 가고 이탈리아와 영국에서는 의류를 산다.
영국사람들은 프랑스에 가서 술을 사오고 벨기에에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구입한다. 네덜란드인들은 독일 국경도시에서 콤팩트디스크와 가전제품을,룩셈부르크에서는 휘발류와 담배를 사간다고 한다.
그러나 이같은 쇼핑붐은 단기적이라는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EC 단일시장이 갑작스럽게 아닌 만큼 지금까지도 자유로운 상품구입에 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단일시장의 출범에 따른 일시적인 충동구매현상이라는 것. 그러나 EC 통합이 역내시장에서 상품의 가격 단일화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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