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위반」에 대보복 어려워… 연합국 이견 소지도【워싱턴=정일화특파원】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정부가 지난달 말부터 미국의 비위를 상하게 하는 사소한 도발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라크군은 2대의 제트전투기를 서방진영에 의해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된 북위 32도 이남으로 발진시켰다가 1대가 격추당했다. 그뒤 문제의 제트기가 발진한 알 자라 비행장 근처에 6기의 SA3 및 SA2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했다가 미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 4개국의 최후통첩을 받은후 이를 슬그머니 옮기기도 했다.
일요일은 10일 일단의 이라크군이 쿠웨이트 비무장지대에 침입한 사건은 후세인의 세번째 중요도발이 되는 것이다. 이날 2백명쯤의 이라크군들은 민간인을 가장,이라크와 쿠웨이트 사이의 비무장지대를 삽시간에 넘어 비무장지대안에 쌓아둔 실크윔 미사일 4기를 비롯한 많은 무기를 중트럭에 싣고 되돌아 온 것이다.
10일의 월경사건이 한창 국제여론이 돼 유엔에서 토의되고 있던 때 후세인은 11일 또다시 일단의 군인들을 월경시켜 비무장지대에 있는 전깃줄,옷가지,물탱크 등을 가져오게 했다.
사담 후세인의 이같은 작은 도발은 두가지 뚜렷한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는 국내 독재를 유지하기 위한 후세인 건재의 시위라는 것이다. 걸프전에서의 패배로 국내 산업시설이 형펀없이 망가지고 거의 모든 국제거래가 차단됐으며 국토는 북위 36도선과 32도선으로 사실상 3분된 상태지만 비행금지구역과 비무장지대를 넘음으로써 『후세인은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시위하려는 것이다.
둘째는 서방을 가능한 한 교란시켜 보자는 것이다. 91년 1월의 걸프전으로 이라크의 방공망은 거의 완전히 부서진 상태이다. 이후 비무장지대에 이라크가 설치한 불과 5∼6기의 낡은 지대공 미사일을 놓고 과연 대량 보복을 할만한 것인가를 결정하기는 상당히 의견이 엇갈릴 것임이 틀림없는 것이다. 이라크는 문제의 마사일이 지난달 27일 공군기 격추사건 이후에 이동한 것이 아니고 그 이전부터 배치돼있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입장이라면 이것을 당연히 대량 공습으로 부수어야 한다는 합의가 금방 이루어지기 어렵다. 10일의 월경사건도 그렇다. 걸프전 휴전당시의 유엔 결의안에는 「이라크와 쿠웨이트는 비무장지대의 자국 자산을 적절한 절차를 거쳐 본국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규정돼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이라크의 월경이 큰 위반사항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번 이라크의 월경행위 그 자체가 위반이라기 보다는 유엔과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행동한 것이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애매한 입장은 서방간의 의견차이 뿐 아니라 미국내 여론도 상당히 분열될 여지가 있다.
미국은 적어도 지난 한달사이에 있었던 3개의 주요 위반사항을 공중 감시체제를 통해 미리 감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걸프전이후 인공위성을 통한 지상 및 해상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었다.
결국 미국은 이런 후세인의 「작은 위반」 상황들을 알고도 중폭격기를 움직이기에는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짙다. 그러나 만일 앞으로 후세인이 「작은 위반」을 계속하거나 자칫 정도가 넘는 「큰 위반」을 범하는 경우에는 미국의 가차없는 재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쟁에는 졌지만 여전히 권좌에 앉아있는 후세인과 퇴임을 앞둔 레임덕의 부시 미 대통령은 지구 반대편에서 「고양이와 쥐의 숨바꼭질」 게임을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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