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병의 치유로 새한국을 건설한다는 것이 김영삼 차기 대통령의 집권 청사진이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의식 개혁운동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함께하고 있다. 즉 과거의 새마을운동이 근대화의 기둥노릇을 했듯이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새로운 활력소가 요구된다는 것이다.알려진 구상대로라면,민자당 차원에서 대대적인 국민운동을 뒷받침하고 당력을 집중해서 새로운 기구를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 내놓은 방안이 구태이고 구차스럽다. 새 술은 새 부대가 아니라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새마을운동,바르게 살기운동,새질서 새생활운동 등 기존의 관변단체를 하나로 묶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구상의 초기단계이므로 구체적인 내용은 알바 없으나 벌써부터 낡고 빗나간 발상,위화감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유는 명료하다.
우선 「의식개혁」에 대한 개념과 접근이 안이하다. 의식개혁이란 무엇인가,왜 그것이 필요한가,원초적인 질문이 던져져야 한다. 위로 정치지도층에서 사회와 개인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양심의 마비,도덕의 상실,구조화한 부정부패와 기강의 해이라는 총체적인 위기감에 빠져있음이 엄연한 사실이다. 이러한 위기의 진단은 광범위하고 뿌리가 깊다. 해방이후 지금까지 명칭과 방법은 달랐어도 각종 국민운동이 전개되었으나 모두 흐지부지 끝났음은 의식개혁에 대한 인식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근본을 외면하고 변죽만 울렸지 원인을 척결하는 결단과 실천이 없었다. 그러니 백년하청격이다.
새한국 건설을 위한 국민운동의 발상도 종래의 타성과 함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음을 크게 우려한다. 비록 외형상 민간주도일지는 몰라도 기존 관변단체를 적당히 뒤섞어 활용한다는게 시대변화에 맞지않는 과거의 여당식 사고에 지나지 않는다.
종래의 관변단체가 환골탈태한들 묵은 인상이 새로워지고 국민에게 활기를 북돋워주리라 기대 못한다. 설사 「어용」이 아니어도 호응은 바라기 어렵다. 게다가 정부예산의 지원을 받으니 정치에 이용당할 가능성은 상존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난관을 극복한다해도 실효성의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어느 특정정당이 전력을 기울인다는 것부터가 범국민운동의 성격과 어긋난다. 의식개혁을 한다는 명분으로 자리나 차지하고 정부예산으로 떠들썩한 행사나 하고 있으면 개혁과는 너무 거리가 멀고 그 스스로 개혁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관변단체는 일단 정리의 수순을 밟는게 합당하다.
무릇 어떤 국민운동이라도 그것은 자발적일 때에만 실효를 거둔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은 썩을 틈도 없이 깨끗하게 흘러간다. 이것이 곧 의식개혁의 순리이다.
지도층이 깨끗해 보라,정치가 맑아보라,감히 어느 송사리가 물을 어지럽히겠는가. 자명한 이치를 두고 공연히 소란을 피울 까닭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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