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산업 “대일역조 주범” 오명/볼펜의 「볼」까지 전량 수입의존하는 형편/일반기계 국산화율 47%… 실제론 더낮아우리 산업의 현위치를 점수로 매기면 몇점이나 될까. 기계업계는 우리나라 기계산업의 국산화율이 68%(91년 기준)인 점을 들어 우리산업의 평균 점수가 68점쯤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나라의 산업 경쟁력을 재는 잣대는 바로 그 나라의 기계산업이다.
우리나라 기계산업 수준이 1백점만점에 68점이라면 결코 낮은 점수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 기계산업의 성적표를 자세히 뜯어보면 금방 낯이 뜨거워진다. 국산화율이라는 잣대로 쟀기에 간신히 낙제점수를 면했지 다른 잣대로 재보면 성적표라고 내놓기도 부끄럽다. 기계산업은 무역적자,특히 만성적 대일 적자의 주범으로 손가락질 받고 있다.
지난 91년 부품·소재를 포함한 전체 기계류의 수입액은 4백63억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56.8%를 차지 했으며 66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더구나 일반기계류의 무역적자 규모는 같은해 우리나라 무역적자 총액인 96억달러에 거의 육박하는 87억달러나 됐다. 일반기계는 전체 기계류에서 전기·전자·조선·정밀·금속기계를 제외한 분야로 각산업의 중추생산시설로 사용되는 기계를 말한다. 기계류는 이제까지 무역적자를 벗어난 해가 없다시피하며 심지어 1백억달러대 무역흑자를 자랑하던 88년에도 일반기계는 38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기계류의 이같은 만성적 무역적자에서 왜 대일 무역적자가 개선되지 않는가에대한 해답을 찾을수 있다. 91년 대일 무역적자 87억6천만달러 가운데 79억달러가 바로 기계류의 무역적자이다. 수입기계중 일제비율은 50%를 넘는다.
우리의 기계산업이 아직도 조립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때문에 생산이나 수출을 늘리면 늘릴수록 그만큼 기계나 부품수입이,그것고 일본으로 부터의 수입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에서 몇손가락에 꼽히는 선박·반도체·자동차 생산국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장 초보적 기계장비인 베어링,절삭공구,계측기하나 자체생산하지 못하는 한심한 현상이 벌어진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볼펜의 볼베어링이나 전구의 필라멘트같은 단순부품마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기계산업의 기술수준을 단적으로 설명해 준다.
정부는 3공이래 기계의 국산화를 주문처럼 외쳐왔지만 나아진 것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일반 기계의 국산화율은 전체기계류의 국산화율 68%보다 휠씬 낮은 47%선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이 수치도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다. 현재 국산화 판정기준은 한제품에 사용된 부품의 국산화율이 51%만 넘으면 이 제품 전부를 국산화품목으로 인정하고 수입부품을 조립·생산해도 국산화로 인정한다. 따라서 최종제품의 국산화 비율은 실제보다 과장될 수 밖에 없게 돼있다.
한국기계공업진흥회 양정환 조사부장은 『일본은 기초·첨단기계분야는 아직도 서양기술에 못미치지만 생산기술을 집중적으로 발전시켜 기술대국이 됐다』며 단기적으로 기초·첨단분야보다는 생산·가공기술 중심의 개발전략을 제시했다.
이같은 전략과 함께 가장 절실한 것을 기술력향상을 막는 온갖 구조적요인들을 개혁하는 일이라는 것이 기계인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산업용 송풍기제조업체인 서원풍력의 채창신사장은 『중소기업을 질식시키는 대기업위주의 산업정책,기술인력을 천시하는 사회풍토,산업현장과 동떨어진 기술교육 등이 동시에 해결되지 않는한 기술발전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배정근기자>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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